'오마이뉴스'에 '19점차 패배보다 부끄러운 투수학대'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 대 다이노스의 경기를 말하는 거다. 다행스럽게도(...) 경기는 6회 강우콜드로 판정이 낫고 더 이상의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바로 이런 경우 때문에 이런 시선이 다소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선발 투수가 1회에 6점, 2회에 3점을 내줬다. 무려 9점이다. 통상적으로 이런 식의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건 무리한 발상이다. 당연히 벤치에선 승리조 투수들이 아니라 이른바 추격조를 내세울 수 밖에 없다. 물론 해당 경기에선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전혀 그런 역할을 하지 못 했고 덕택에 이런 핸드볼 스코어가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 해서 벤치의 판단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단지 예상보다 훨씬 더 안 좋은 결과가 벌어졌을 뿐이다. 물론 결과가 많은 것을 가름하는 스포츠 경기다 보니 엄청난 실점은 그 자체로 상황을 더욱 나쁘게 돌아간 것으로 보이게 만들고 그런 상황을 만든 벤치 탓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투수학대'라고 부를 수 있을까? 24점을 내주는 동안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단 2명이다. 글쓴 이가 지적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도록 고작 2명의 투수를 투입한 것이나 이제 갓 1군에 입성한 투수에게 그런 짐을 지도록 만든 것이 '학대'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좀 우스운 발상이다. 이 글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자.
"야구를 하다 보면 잘 풀리는 날도 안 풀리는 날도 있다. 때로는 대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는 '대패를 당할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리고 '대패를 당한다'는 건 그가 뒤이어 지적하는 모든 현상이 겹치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다. 그렇다면 그가 인정하는 '잘 안 풀리는 날, 대패를 당할 수도 있는 경기'와 이번 히어로즈의 경기는 다른가? 앞에서 인용한 문장에 뒤이어 그는 히어로즈 선수단의 태도를 지적한다. '프로답지 못 하다'는 것인데 미안하지만 '대패를 당하는 경기'는 늘 대체로 어느 한 팀은 그런 자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패배를 당할 리가 없다. 굳이 히어로즈만의 문제라고 할 경우는 아닌 거다.
투수학대 역시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자. 선발 투수가 2이닝동안 78개를 던졌고 뒤이은 투수가 4이닝동안 93개를 던졌다. 반면 다이노스의 선발 투수는 5와 2/3이닝동안 113개를 던졌다. 물론 선발 투수의 승수를 챙겨주기 위한 의도 탓에 투구수가 늘어났다는 건 짐작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경기의 결과라는 걸 떠나서 말하자면 다이노스의 선발 투수가 오히려 투수학대에 더 가깝지 않을까?
올 시즌 히어로즈는 상대했던 다이노스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다. 그러나 양 팀 모두 이런 초반 질주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다른 선수단에 비해 선수층이 얇기 때문이다. 신생팀이란 약점과 가난한 구단이란 약점이 그렇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 팀의 벤치가 이런 경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만약 그런 상황이 정말 못 마땅하다면 차라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엔트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수준이 떨어지더라도 투입할 수 있는 투수의 숫자에 여유가 있다면 어느 팀 벤치라도 그런 식으로 경기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경기를 운영한다면 그 땐 정말로 '선수 학대'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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