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 참 간단하게 무시하는 사실이 있다.
"세상엔 공짜는 없다"
대체로 스스로 자수성가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나 혹은 나름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물론 그들이 생각하는 바 자수성가나 성취같은 것들이 어떻게 뜯어봐도 별반 색다를 것없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러니까 그냥 남들사는 것처럼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것들 말이다.
사람마다 기준점이란 게 다른 법이니 그걸더러 뭐라 하기는 힘들수도 있지만 그저 남들 하는 만큼 혹은 사는 만큼 하고 살면서 그걸 무슨 대단한 성취나 업적인 양 떠드는 건 사실 누가 봐도 근거없는 허세고 근본없는 꼰대질이다. 물론 그게 그렇다는 걸 말해준다 한들 그들이 알아들을리는 만무하고 그 덕에 그 꼰대들 밑에서 자라는 어린 아이들이 삐뚤어진 가치관을 갖게 되는 거다.
그렇다고 그런 평범한 성취들을 무슨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라는 건 아니다. 평범하다고 그것이 이루기 쉬운 것이란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괜히 그런 것들을 스스로 과소평가함으로서 자기비하에 빠지는 건 그 자체로도 별로 봐줄만한 상황도 아니지만 잘 알려졌다시피 그런 성향도 어린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나이먹고 어른되는 걸 아무런 노력도 없이 이룰 수 있는 불로소득정도 되는 걸로 여기지 말라는 말이다. 시간지나가서 나이를 억는다고 다 저절로 어른되는 걸 아니다. 어른되고 사람되는 거 졸라 힘든 거다. 하긴 그런 걸 모르니 꼰대짓에 자기비하에 빠지는 것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데 그렇다고 앞에서 인용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잘못된 건 아니다. 단지 덜 떨어진 것들이 그 말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일 뿐이다. 특히 꼰대들. 이 꼰대들의 덜 떨어진 언사가 문제가 되는 건 이 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의 다른 버전을 전햐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내가 편안하면 다른 누군가가 그만큼 힘든 법이다"
별 연관없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건 노력없이 이룰 수 있는 게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편하게 무언가를 이루거나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흔히들 '운이 좋다'는 말로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실 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면 내가 편안한 만큼 누군가가 더 힘들었다는 의미인 거다.
왜? 세상엔 공짜가 없다고 가정하면 공짜로 무언가를 이루거나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나에게 벌어졌다는 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기울였기 때문인 거다. 난 그걸 편하게 얻은 것일 뿐이고. 그리고 이 지점에서 자본주의의 장난질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가장 자본주의적으로 합리화할 수 있는 방법은 이렇다.
"난 그것을 얻기 위해 정당한 댓가를 지불했다"
여기서 '정당한 댓가'에 대한 질문은 하지 말자. 그건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가 아주 길어지니까. 그냥 '지불했다'만 다루자. 난 이 부분에 대해서 비난하고 싶진 않다. 그런 자본주의적 합리화를 부정하기엔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다.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의미다. 물론 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라고 정해놓은 그 모든 것들이 '진짜로 필요한 것인가'란 질문을 던진다면 또 이야기가 아주 길어질 것이니 이것도 여기서 중단.
아무튼 난 그런 상호 교환을 부정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게다가 이건 자본주의만의 특성도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사회나 집단이라면 늘 발생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이기도 하다. 그걸 부정한다는 건 뜬 구름잡는 헛소리가 되는 거다.
단지 내가 지적하고 싶은 건 앞에서 언급한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성취를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것인 양 떠들면서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꼰대들이 이 상호교환 행위가 가지는 의미, 그러니까 협동내지는 협력같은 의미들을 꼰대질로 전락시켜 버리는 경우다.
불행히도 남조선의 수많은 꼰대들이 일반적인 상호교환행위를 이런 식의 일방적인 착취구조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런 빌어먹을 행위를 전제로 한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발언은 '졸라 열심히 노력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건 '난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성취라는 걸 했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서 보자면 꼰대질, 완장질, 갑질을 해도 괜찮을 성취를 이룬 기특한 인간이니 내 밑으로 대가리 박아'란 의미가 되는 거다.
물론 다들 잘 알다시피 이건 그냥 '나 졸라 열등감에 쩔어 사는 보잘 것 없고 배울 것 없는 한심한 인간'이란 고백에 불과하지만 그게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제대로 모르는 어린 것들이 그걸 그냥 보고 배우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불행이란 거지.
'그러니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을 바꾸면 다른 세상이... (0) | 2014.11.29 |
---|---|
역시 세상엔 만능은 없다는 거지. (0) | 2014.11.22 |
그러니까... (0) | 2014.09.19 |
이어폰. (0) | 2014.08.29 |
꿈보다 해몽이라고... (0) | 2014.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