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헤드폰을 하나 더 갖게 되었다. 문제는 그 헤드폰이 내가 일부러 사지 않았던 브랜드이며 일부러 사지 않았던 가격대라는 것이다.
먼저 가격대 문제. 지금도 아마 대충 60만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을 거다. 어차피 최상위 기종이 아니라 하위 기종을 갖고 있다면 늘 상위기종들이 탐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문제는 주변의 경우를 돌아보건데 이 가격대의 문을 열어젖힌 사람들치고 최상위 기종으로 가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는 거다. 이렇게 말하면 이 가격대와 최상위 기종의 가격대가 별반 차이없어 보이지만 사실 차이는 크다. 브랜드야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두 배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때문에 난 그 가격대의 절반 수준의 헤드폰을 사용하는 선에서 나름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덜컥 그 가격대의 헤드폰이 생겨버린 거다. 생겼으니 안 들을 수는 없고 듣고 있자니 역시 최상위 기종이 탐나는데 알다시피 돈은 없다. 문제다.
브랜드의 문제. 울트라손 헤드폰이다. 이 기종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대개 극과 극으로 나뉘는 편이다. 물론 그 결과는 소리의 성향에 대한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체로 플랫한 성향의 소리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 브랜드를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엔 꽤 칭찬받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그들 나름대로의 몇 가지 기술력이 가미되어 있다고 한다. 이 역시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한 쪽에선 의도적으로 특정 소리를 죽인다며 싫어하는 편이고 다른 한 쪽에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소리가 더 명료해진다고 본다. 불행한 점은 난 그게 뭔 소리인지 정확히 판별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브랜드의 특징은 저음과 고음이 강조된 형태의 소리를 들려준다. 이게 과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애초부터 고음덕후에 속하는 나같은 사람은 일단 강조된 고음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저음 역시 강조된 편이긴 하지만 워낙 단단하게 들리는 지라 닥터드레처럼 저음이 다른 음을 집어 삼키는 불행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밀폐형 헤드폰답지않게 공간감에서 꽤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사실 이 정도면 취향이 그리 완강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겐 나무랄데 없는 성능을 지닌 헤드폰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난 이 헤드폰을 사지 않았을까? 몇 가지 약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내겐 사소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꽤 큰 문제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겐 중요한 문제다.
전자의 문제는 디자인이다. 헤드폰을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두려워하는 이른바 '요다 현상'때문이다. 헤드폰이 두상과 일치하지 않고 머리 위로 붕떠버리는 구조를 갖고 있는 탓에 스타워즈의 요다처럼 보이게 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울트라손(물론 최상위 기종은 그렇지 않다)과 슈어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다른 헤드폰들에 비하면 심각하다.
하지만 난 별로 개의치 않는 편이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고 패션을 소중하게 여기는 어린 층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닥터 드레를 선택하기도 한다. 물론 내게 그 헤드폰의 최상위기종을 살 돈이 있다면 난 이 헤드폰을 사거나 혹은 슈어 헤드폰을 샀을 게다. 디자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훨씬 더 낫기 때문이다.
두번째 문제. 소리는 참 좋다. 집에서 듣는 경우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자면 사실 내가 가진 다른 헤드폰들 중 제일 낫다. 그런데 문제는 아웃도어에서 사용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아웃도어에서 사용하는 경우 저음이 강조된 형태의 헤드폰을 추천하는 편이다. 왜 그럴까? 고음이 강조된 경우 주변 소음을 적절한 수준까지 차단하지 못 하면 소리 자체가 심각하게 산만해진다. 주변 소음과 고음이 뒤섞여서 그야말로 뭐 하나 제대로 안 들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거다.
그런 문제가 바로 이 헤드폰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난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헤드폰을 주로 아웃도어에서 사용하는 난 이 헤드폰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었던 거다. 결국 만능은 없는 거다.
역시 그래도 내 취향에 가장 가까운 건 에티와 AKG, 서브로 베이어 정도 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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