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생각을 바꾸면 다른 세상이...

The Skeptic 2014. 11. 29. 02:24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튼 짬짬이 눈팅하고 다니는 모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느 음악 애호가 혹은 음향기기 애호가가 그런 말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 좋은 음향기기는 이퀄라이저가 안 먹는 기기'라고. 


우리는 흔히 어떤 기계의 좋고 나쁨을 말할 때 해당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을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가만히 따져보면 그 모든 특성들로부터 비롯된 호불호는 대부분 개인의 취향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건 사실 어떤 객관적인 기준으로부터 비롯된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그저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실제로 그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대체로 그 사실을 인정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무심결에 '이건 좋고 저건 나쁘고'란 말을 하지만 사실 그것이 기기 자체의 옳고그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기기같은 건 사실 매우 찾기 어렵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선택의 대부분이 최선이 아니라 차선, 혹은 최선을 다한 타협이란 것이 그 사실을 반증한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만사도 완벽하지 않고 따라서 최선을 다한 타협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그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음악애호가의 말처럼 '완벽에 가깝게 수정 혹은 교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마음에 들지 않는 소리를 내주는 음향기기를 구했더라도 이퀄라이저가 잘 먹으면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소리에 최대한 가깝도록 수정내지는 교정을 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여기까지의 답이란 게 그야말로 정말 도덕적이고 아름다운 결말이란 점이다. 대체로 현실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도덕적이고 아름다운 생각이 무의미하는 소리는 아니다. 그건 매우 중요하다. 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모른 채 그 자리에 머문다면 외려 현실을 더욱 비도적적이고 아름답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에 일조하게 될 뿐이다. 


이런거다. 완벽을 찾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야 겠지만 불행하게도 세상엔 '이퀄라이저가 안 먹는 기기',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런 기기들은 분명 존재한다. 이걸 구분해내지 못 하면 선의에서 우러난 행위가 되려 악행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무상급식엔 찬성하지만 무상급식을 받는 아이들은 선별적으로 추려내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그나마 풍족한 아이들과 그런 경제력조차도 안 되서 급식을 받아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 '가난해서 나랏밥얻어먹는 애들'이란 소리는 다같이 지지리도 가난했던 내 어린 시절에도 차별적 발언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안타깝지만 돈이 많이 드니 더 이상의 시신 수습이나 선체 인양같은 건 무시하자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말도 그런 식인 거다. 


현실은 말처럼 도덕적이라거나 이상적이라거나 아름답지 못하다. 그렇지만 그런 건 노력을 통해서 얼마든지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얼마나 사려깊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데 그런 걸 무시하면 선의가 악행이 되는 거다. 





'그러니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되기 힘들다.   (0) 2015.01.21
쓸데없는 보람.   (0) 2015.01.13
역시 세상엔 만능은 없다는 거지.  (0) 2014.11.22
사실 참 간단한 건데...  (0) 2014.10.08
그러니까...  (0) 2014.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