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야구 - 최후의 보루.

The Skeptic 2015. 5. 6. 02:09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있다. 잘 알려진 말이라 여기저기서 회자되는 말이기도 한데 알다시피 속담의 속성은 '말하긴 참 쉽다'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황이 최악으로 몰리면 몰릴수록 정상적인 판단을 못 내리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건 무얼까? 


트윈스가 어느덧 6연패 중이다. 시즌 초반 반짝 터졌던 타선은 한없는 침묵에 빠져 있고 봉미미로부터 초래된 불펜진의 과부하와 슬금슬금 무너지기 시작한 선발진까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시즌 초반 반짝했던 팀들이 서서히 무너질 시점이란 세간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와중에 한동안 잊혀졌던 '엘롯기 동맹'이 다시 손을 잡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한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당연히 나오는 것은 감독 타령이다.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에 대한 비난도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작년 시즌말미 보여준 경기력으로 한참 찬사를 받던 시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런데 난 그 지점에서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본다. 이건 양상문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부 정신나간 트윈스 팬들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게 정상이 아니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슬럼프가 찾아오기란 쉽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약팀이란 증거인데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내야 하는게 감독과 코칭스텝의 임무지만 불행하게도 현 상황에서 트윈스를 살려낼 묘책은 별로 없다. 그냥 이 집단적 슬럼프의 시기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선 그게 최선이다. 


그런 와중에 일부 트윈스 팬들은 양상문 감독의 투수기용에 대해서 일갈하고 나선다. 오늘 경기만 해도 비록 호투하는 건 아니지만 선발투수를 너무 일찍 내리는 바람에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눈엔 지는 경기에서 이동현까지 등장하는 게 탐탁치 않았던 모양이다. 


이들의 그저 선발 투수의 이닝소화능력만 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투구수라는 건 무시한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자고로 선발 투수란 200개의 공을 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6히까지 마운드에서 버텨줘야 한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거다. 양상문 감독은 정확히 선발 투수의 투구수가 100개를 기록하자 교체를 단행했다. 지극히 정상적인 운용인 거다. 


게다가 이동현의 등판 역시 매우 타당하다. 사람들은 필승조와 추격조라는 구분만 한다. 필승조는 이기는 경기에 나오고 추격조는 지는 경기에 나온다고 말이다. 하지만 불펜 투수란 보직은 긴 이닝소화가 목적이 아닌 탓에 자주 등판하여 실전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모른다. 이동현은 5월 2일 박빙의 경기에서 등판한 이후 등판 기록이 없다. 즉 이틀간의 휴식이 있었다. 실전 감각을 위해서라도 등판이 필요했던 시기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닌 거다. 


즉 양상문 감독이 투수기용은 몇 가지 특징이 있고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상황인데 선발 투수중 이미 많은 검증이 된 소사의 경우는 한계투구수라고 알려진 100구보다 조금 더 많은 투구수와 이닝을 맡겨보지만 다른 선발 투수들은 어지간하면 한게투구수를 지켜주려고 한다. 불펜진의 경우도 믿었던 마무리인 봉중근의 이탈로 인해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밖에 없는 필승조의 경우 가능한 한 연투를 자제시키는 한편 그렇지 않은 불펜 투수들의 경우는 가능한한 짧은 이닝과 투구수를 설정함으로서 연투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는 셈이다. 


고로 현 상황에서 양상문 감독의 투수기용에 선발진도 불펜진도 망가뜨리고 있다는 일부 트윈스 팬들의 지적은 그저 무지에서 비롯된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양상문 감독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와중에도 최대한 선발진을 보호하고 있으며 봉중근의 이탈로 말미암은 불펜진의 큰 구멍 역시 가용가능한 자원들에게 명확한 목표와 한계를 설정함으로서 최대한 보호하고 있는 중이다. 투수진을 보호하는 것이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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