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에 말이 없을 순 없지만 스포츠 판에서 트레이드만큼 논란이 되는 것도 드물게다. 그리고 그 원인들중 대부분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트레이드를 통해 손해를 보았다는 관점때문이다. 막상 구단이나 감독들 사이에선 오랫동안 이래저래 카드를 맞춰본 후에 나온 결론이 트레이드라는 건 손쉽게 망각된다.
이글스의 최고 유망주, 포스트 류현진이라 불리던 유창식이 타이거즈로 갔다. 이글스의 유창식, 김광수, 오준혁, 노수광 타이거즈는 임준섭, 박성호, 이종환이 포함된 트레이드다. 이전에 위즈 대 자이언츠의 대형 트레이드가 있었지만 선수들의 무게감만 놓고 보면 이 쪽이 더 대형 트레이드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많이 보도된 대로 선수들의 포지션상 상호 약점을 메우는 트레이드다.
타이거즈는 역시나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한 야수자리를 메울 수 있게 되었고 터지면 죽음인 미래 투수자원을 얻었고 이글스는 당장 전력에 투입가능한 투수자원 2명과 외야 유망주를 얻었다. 타이거즈는 외야진 보강, 이글스는 투수진 보강이 주목적인 트레이드고 유망주가 포함된 트레이드라는 속성상 당장 손익계산이 나오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상호 카드를 잘 맞춘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난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이지만 당장 전도유망한 좌완 유망주 투수가 포함된 트레이드라는 점에서 이글스 팬들의 불만이 꽤 높아 보인다. '야신도 포기한'이란 제목의 타이틀이 나올 정도로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은 역시 유창식이다. 그런데 난 유창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르다.
엄밀하게 말해서 유망주는 그냥 유망주다. 터질지 그냥 유망주로 사그라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대단한 족적을 남긴 박찬호도 그냥 그저 그런 볼만 빠른 유망주에 불과했다는 걸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유망주와 유망주가 대형 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유창식은 이미 2011년에 프로에 발을 내디뎠다.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냥 유망주다.
이글스의 트레이닝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이글스에선 유창식의 가능성을 터트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한국 프로야구판이라는 게 그렇게 크지 않은 탓에 정보공유가 금방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잘 나가는 상위권 구단이라고 해서 다른 구단들에 비해 뭔가 엄청나게 특출한 트레이닝 시스템에 있는 건 아니다. 물론 2군 구장이나 체계적인 트레이닝 파트의 존재같은 건 분명한 차별점이지만 그건 인프라의 문제지 기술력의 문제는 아니란 의미다.
그렇다면 사실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 경우 가장 흔한 가능성은 선수의 정신적 문제다. 직접적으로 프로야구판에 있지 않는 이상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능성은 높다. 그리고 그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프로야구판 전체의 흥행을 책임질 수도 있을 유망주를 단지 남주기 아깝다고 썩이느니 다른 구단으로 보내서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성을 터트리도록 만드는 것이 나은 선택이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측면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고 난 그런 태도에 적극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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