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타오른 운동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늘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심지어 스포츠 만화의 단골 소재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특히 요즘처럼 스포츠 역시 각종 과학적 지식들과 통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 상황에선 '한순간 타오르는 선수'보다는 길고 오랫동안 꾸준한 성적을 내주는 선수가 가장 가치있는 선수다. 단 몇 시즌 20승을 찍어주는 투수보다는 10년가까이 10승이상을 찍어주는 선수의 가치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법이다.
그래서 선수들의 자기관리와 구단과 코칭스텝 차원의 선수관리 역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올 시즌 초반 믿기지 않는 반등세로 프로야구 흥행의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글스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들 역시 그런 차원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전성기라고 보기 힘든 노장급 불펜 투수 두 명, 권혁과 박정진이 필승조를 구성하고 있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상 아무래도 불펜 투수진에 걸리는 부하가 큰 편인데다 압도적인 전력도 아닌 탓에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다보니 등판 횟수가 잦다. 당연히 혹사논란이 나오는데 그것이 시즌 중후반의 불안 요소가 아니겠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 견해는 매우 타당하다. 개인적으로 난 김성근 감독의 견해에 많이 동의하는 편이지만 몇 가지 부분에선 의견이 다른데 그 중 하나가 투수의 혹사에 대한 부분이다. 김성근 감독은 투구폼이 잘 잡혀있으면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난 기본적으로 투수의 어깨는 쓰면 쓸수록 닳는 소모품이라고 본다. 제 아무리 부드러운 폼으로 무리없이 투구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주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들이 그런 주장을 펼친다. 실제로 지금도 시즌 개막이 아니라 스프링 캠프에서 3천구나 2천구 정도는 던져야 시즌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는 주장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스포츠가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던 시절에 투구폼을 잡기 위해 사용된 주먹구구식 발상이다. 비디오 기록처럼 수많은 자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은 굳이 그렇게 모든 걸 직접 다 해봐야 하는 건 아니다.
내 견해는 기본적으로 몸이란 쓰면 쓸수록 닳는 것이란 거다. 문제는 같은 운동량을 갖더라도 남들보다 훨씬 더 빨리 닳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거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체구가 크면 클수록 그럴 가능성이 커진다. 체구가 크다는 건 그만큼 운동으로 인한 부하가 크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몸이 부드럽지 못한 경우다. 같은 운동부하라도 몸이 딱딱하면 부상의 위험은 훨씬 더 높아지고 당연히 선수 생명도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세번째는 일정한 폼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다. 폼이 일정하다는 건 몸이 그 폼에 잘 적응되어 있다는 말인데 그 폼이 일정하지 못 하면 아무래도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생길 확률이 높다.
라이온즈의 채태인이 부상에서 돌아왔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타격 폼에 관한 한 매우 견고한 선수다. 어지간해선 타격폼이 흔들리는 법이 없다. 그런데 몸이 참 딱딱하다. 라이온즈의 대표적인 타자인 박석민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딱딱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심지어 채태인의 주루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뛰다가 어디 한 군데 부러져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일 정도다. 분명 채태인의 복귀는 라이온즈에겐 큰 이득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채태인이 지금부터 시즌 전체를 소화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 부분을 확실하게 개선하지 못 한다면 선수생활을 오래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불운의 아이콘 심수창이 자이언츠의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경기에선 마무리로 나왔지만 확실히 마무리로 자리를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그런데 그 기량 향상의 주요한 원인은 두 개의 투구폼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통파 우완 투수와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까지 두 가지 폼으로 공을 뿌린다. 빠른 공이나 낙차 큰 변화구를 구사하는 경우 정통파를, 횡으로 변하는 변화구의 경우는 스리쿼터를 사용하는 걸로 보인다.
확실히 이런 전략은 같은 구종이라고 하더라도 공을 놓는 릴리즈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타자로 하여금 전혀 다른 공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라면 투구폼이 두 개이기 때문에 투수 본인이 적응하기가 힘들다는 것과 앞서 설명한 대로 두 개의 투구폼을 공유함으로서 발생하는 불규칙적인 운동 과부하의 문제일 것이다. 라이온즈의 임창용 역시 그런 선수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것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임창용은 몸이 부드럽다는 거다. 그런데 사실 심수창의 투구폼을 보면 임창용 정도로 부드럽진 못 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앞 부분에서 언급한 것처럼 투구 폼 자체에 잘 적응하면 아무래도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방지할 순 있겠지만 그 완성도가 얼마나 될지 그리고 얼마나 과부하를 피해갈 수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
이미 언급했지만 난 짧고 굵게 타오르는 선수보다는 가늘지만 길고 일정한 수준을 보중해주는 선수가 더 유용한 선수이며 더 가치가 있다고 본다. 채태인이나 심수창도 지금은 영 불안해 보이지만 그런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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