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경기보다 값진 것.

The Skeptic 2015. 5. 17. 16:47

야구와는 달리 축구는 이맘때면 파장이다. 비록 리그 마지막까지 2~3경기정도 남아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대부분의 리그에서 우승팀과 내년 챔피언스 리그 진출팀, UEFA컵 진출팀 심지어 강등팀까지도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 순서상 리그 1위팀 - 챔피언스 리그 진출팀 - UEFA컵 진출 팀 - 강등팀의 순으로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강등팀이 가장 마지막에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강등 팀을 둘러싼 싸움은 치열하지만 정작 그런 경기는 몇 경기 안 된다. 


게다가 이미 위의 모든 조건에서 탈락된 그냥저냥한 중위권 팀들의 경우엔 경기에 나서는 동기가 아주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다소 불균형적인 상황때문에 다소 맥빠진 경기가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걸 해소하려고 챔피언쉽이란 이름으로 보너스 시리즈를 진행하는 야구에 비하면 더 합리적이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만 진행되는 가장 중요한 일들도 있다. 바로 은퇴선수들이다.  오늘 새벽 벌어진 리버풀과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기가 중요했던 것도 바로 스티븐 제라드의 마지막 공식 홈경기 출전이란 의미때문이다. 이젠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대표적인 원클럽맨이자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의 대표적인 레전드인 제라드, 구단 차원에서 당연히 은퇴경기를 준비해줄 것이고 더 많은 선수들과 관중들앞에서 명예롭게 리그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 경기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 공식 홈경기'이기 때문이다. 이미 승패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감독 역시 경기 중후반까지 올 시즌 제라드의 주포지션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다 경기 후반 선수교체를 통해 제라드를 전방으로 올렸다. 다재다능함의 표본이었던 그의 모습을 많은 홈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지간하면 교채 출전, 혹은 선발 출전이라고 하더라도 후반 교체를 통해 체력적인 부분에 대한 배려를 해주던 것도 사라졌다. 제라드는 자신의 마지막 홈경기를 꽉꽉 채워 뛰었고 관중들은 그런 제라드에게 박수와 환호성으로 호응해주었다. 


이런 광경은 EPL에서만 벌어진 것도 아니었다. 분데스리가, 한국 선수들이 뛰는 탓에 TV중계가 되는 두 경기에서 모두 같은 장면이 벌어졌다. 마인츠와 레버쿠젠의 대표적인 선수들이 오랜 선수생활을 끝내고 은퇴하는 상황, 그리고 그 마지막 홈 경기. 그 선수들에 관중들과 서포터들의 반응은 제라드의 그것과 비교해서 절대로 모자라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단지 경기의 결과만이 아니라 이런 수많은 사건들을 기억하면서 리그의 품격과 수준이 높아지는 법이다. 경기의 박진감만큼이나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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