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글의 말미에 언급한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더.
사내유보금 논란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중 일부는 사내유보금의 정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들의 주장에 의거하자면 각종 언론사와 정당, 각종 단체들이 모두 그에 대해서 착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심지어 집권 여당이자 가장 재벌 친화적인 새누리당까지도 말이다. 그걸 문제삼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그들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내유보금의 정의에 대해서 착각을 하고 있다는 주장보다 사실 이게 더 황당한 경우가 아닐까? 착각을 주장하는 이들의 말이 맞다면 당장이라도 해당 기업들과 새누리당에서 '근거없는 정치 공세'라며 강경한 대응을 했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해당 기업들과 새누리당 모두 뜨뜻미지근하다. 왜 그들은 이처럼 좋은 정치적 공세거리를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걸까?
쓸 수 있는 카드가 있고 사뭇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 카드를 사용함으로서 벌어질 다른 후과를 걱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내유보금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의심할 나위없이 재벌들에 대한 특혜와 그로 인한 부의 집중현상이 그 원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실효성 떨어지는 사내유보금을 건드리느니 재벌에 대한 특혜를 손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이미 적시한 글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의 마지막 부분에서 지적한 바 있다.
문제의 원인이 이런 부분에서 기인하는 경우 재벌과 새누리당의 강경한 대응으로 인해 사내유보금에 대한 논란이 단순한 실수와 착각으로 결론이 난다고 해도 원인까지 해소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다음에 논란이 될 것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재벌 특혜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여기서 계산을 해보자. 사내유보금은 이미 가지고 있는 돈이다. 기업의 경우 과세를 받든 배당을 하든 현행 세법의 테두리안에서라면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기도 하다. 반면 특혜는 경우가 다른 것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둘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과연 어떤 것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까? 나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사내유보금이다. 돈을 손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가지고 있는 돈의 일부를 내어놓는 편이 더 이득이니까. 심지어 배당 확대를 선택하는 경우 오너 입장에선 크게 손해날 것도 없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내유보금 논란을 아무리 봐도 핀트가 완전히 어긋나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래서 추측컨데 이건 기성 정치권 일반과 재벌들의 일종의 야합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타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상호 이득이 되는 선에서 얼마든지 절충을 볼 수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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