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이 화제다. 그런데 다소 엉뚱하게 화제다. 그리고 또 많은 이들이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서 지적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지적은 맞을까? 절반만 맞다고 보면 된다.
1.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다? 그렇다. 현금이라고 볼 순 없다. 회계 체제상 사내유보금엔 각종 투자를 위해 지출된 비용, 즉 빚도 포함된다. 빚이 자산처럼 처리되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빚이 아니라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빚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사내유보금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때마다 재벌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은 현금성 자산이아니며 지속적으로 재투자 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2.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은 명목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몇 년동안 사내유보금이 늘어나는 동안 실물 투자,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투자란 개념에 합당하게 들어간 비용의 증가폭보다는 금융상품에 투자된 비용의 증가세가 더 컸다.
문제는 이런 류의 금융 투자. 즉 단기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를 흔히 알려진 상식적인 투자와 동일하게 다룰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물론 회계 체제상으론 그게 맞다. 하지만 알다시피 경제학에선 초단기, 단기 금융상품의 경우 현금과 동일한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한다. 회계 체재상으로 말하면 투자된 자산이 맞지만 경제학적 시각에서 보면 그냥 현금성 자산인 거다.
3.
사내유보금을 투자에 사용하라고 압박하는 것는 합당한가? 그렇지 않다.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사내유보금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의 성격이 짙다. 말하자면 해당 기업의 경영전략과 연계된 자금이란 의미고 그래서 그 자금에 대해 외부에서 압력을 가하는 것은 합당한 것은 아니다.
해서 사내유보금에 대한 압박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된다. 가장 먼저 거론된 과세다.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런 반발은 합당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중과세를 불법이라 부르는 것부터 착각이다. 이중과세는 불법이 아니다. 이중과세가 불법이 되는 것은 담세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과세가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문제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만약 실물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현금성 자산에 대한 과세라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테지만 그간 벌어진 정부의 태도를 보건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사실상 전체 사내유보금중 과세 대상이 되는 범위는 대폭 줄어들 것이고 기업들 역시 초단기로라도 자금은 금융상품에 투자함으로서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 사실상 실효성이 상실되는 것이다.
두번째로 내놓은 배당 확대 역시 문제는 있다. 배당 확대가 주주들의 소득을 늘리고 소득이 늘면 세수도 늘고 소비도 는다는 것이 이 주장의 배경인데 이 경우 문제는 주주의 구성이다. 미국처럼 오랫동안 주주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라면 이런 방안이 효과가 있을 테지만 우리처럼 주주가 기업 오너와 그 일족, 혹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사실상 부의 집중 현상만 부채질할 뿐이다.
4.
이런 오해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내유보금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현 정권과 여권의 경우는 사실 '떼쓰기'일 뿐이다, 자신들이 집권하면서 재벌들의 뒤를 얼마나 봐주었는데 자신들을 위해서 왜 그런 정도의 투자도 하지 못 하느냐는 것이다. 내년, 내후년이후 벌어질 선거 정국에서 자신들이 집권하기 위해선 경제가 어느 정도 살아야 하는데 그 열쇠를 쥔 재벌들이 도움이 안 된다는 떼쓰기다.
일반 국민들이 사내유보금 증가에 대해 반발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재벌이 사실상 특혜와 갑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사회 환원엔 인색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나마 한다는 사회환원조차도 눈가리고 아웅인 경우가 많다. 그런 반발인 거다.
문제는 이런 류의 압박을 통해 설령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눈속임과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고용확대를 위해 재벌들이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고 하지만 실제 고용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창업지원 혹은 창업교육과 같은 일회성 사업에 비용을 투자한 것이 대부분이다. 명목은 고용 확대에 대한 투자지만 실제로 고용이 확대된 건 아니다.
5.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내유보금을 투자로 유도할 경제적 유인도 없고 강제적 방안 역시 실효성이 없다면 그냥 포기하면 된다. 대신 그동안 재벌들에게 주어진 특혜들을 없애면 된다. 단적인 예로 현 정권이 벌이고 있는 노인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청년들 고용하자는 어처구니없는 방안들을 폐기하고 거꾸로 정규직의 권리를 강화하고 비졍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쪽으로 나아가면 된다.
쉽게 말해서 최근 10년동안 벌어진 재벌 봐주기 정책을 폐기하고 거꾸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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