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의 새앨범이 공개되었다. 그 말은 곧 윤상이 메인 프로듀서로 있는 원피스 팀의 노래가 공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수인 윤상을 기억한다. 하지만 가수 윤상은 내게 그다지 큰 의미가 있진 않았다. 그러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윤상은 다르다. 다른 작곡가들이나 프로듀서들에게서 볼 수 있는 흔한 증상들. 자기 복제같은 증상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가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부터 러블리즈는 내 관심사였다.
그리고 실제로 윤상이 참여한 러블리즈의 앨범은 대부분 내 기대감을 충족시켜왔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새 앨범. 이전에 공개된 3장의 앨범이 윤상이 명명한 바 '소녀 3부작'이라면 이번엔 또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음반. 'A New Trilogy'가 공개되었다.
다른 프로듀서들도 많이 참여한 이번 음반의 특징은 바로 다양함일 것이다. 윤상의 프로듀싱팀인 원피스의 냄새는 여전히 강렬하지만 다른 프로듀서들의 노래들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고 가장 마지막 트랙에 위치한 '인형'같은 곡은 그간 인디씬에서 자주 들었던 프로듀서인 '키스메이커'가 참여해서 아이돌 음반에선 듣기 어려운 인디 감성을 선보이고 있다.
이전 윤상표 소녀 3부작은 이름 그대로 소녀의 감성에 충실한 것이었다면 이번 앨범의 특징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소녀에서 숙녀로의 변화라는 면을 이야기하지만 난 좀 견해가 다르다. 이번 앨범의 감성 역시 여전히 소녀다. 앨범의 다양성을 언급한 것 역시 그런 측면이다. 감성은 여전히 소녀에 머물고 있지만 이제 그 소녀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들을 표현하게 된 것이다.
소녀에서 숙녀로의 변화보다는 아직, 그리고 천천히 변화하고 성장하는 소녀의 모습. 윤상은 빠른 성장보다는 더디지만 그 성장의 결을 조금 더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속도보다는 그 과정에 천착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이 이 앨범의 장점과 단점을 보여준다. 이미 윤상은 스스로 증명해온 것처럼 세대를 넘어선 일반적인 감성을 표현해낼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다른 프로듀서들의 참여함으로서 10대의 정서에 맞는 노래(트랙 3번, 퐁당)도 있고 인디 씬의 감성에 호소할만한 노래(트랙 7번, 인형)도 포함되어 있다. 음악적 다양함을 중시하는 입장에선 이 앨범은 꽤나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반면 그보다는 집중을 중시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음악적 집중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증상은 특정한 집단에 대한 감성적 호소다. 반면 그 특정한 집단의 감성에 동의하기 힘든 이들의 입장에선 그저 심드렁한 앨범일 수 밖에 없다. 10대의 감성을 30대와 40대가 고스란히 느끼기란 쉽지 않으며 그 역의 관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개인적으론 왜 그런 음악적 집중이 필요하다고 하는지 동의하기 힘들지만.
러블리즈의 이번 새로운 앨범은 이러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그 단점이란 건 그냥 일반적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현상으로 이런저런 것이 있다는 것을 짚는 수준일 뿐이다. 언급한 당사자지만 개인적으로 그 단점에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인 난 이번 앨범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오히려 난 다른 단점을 꼽고 싶은데 그건 바로 다른 앨범들처럼 단순히 타이틀 곡만 접하는 것만으론 이번 앨범의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일 게다. 많은 가수들이 타이틀 곡이 아닌 수록곡들도 들어봐달라고 말을 하지만 그 주문에 가장 충실한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기 때문이다.
- 3부작의 처음을 이렇게 시작해놓으면 도대체 다음 2부작은 어느 수준으로 만들 생각인 건지. 고작 청자에 불과한 나조차도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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