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다운 팀 다운?

The Skeptic 2016. 8. 3. 02:56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의미의 콩글리쉬. 야구란 스포츠가 기본적으로 평균이 지배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말인데 실상은 트윈스의 성적에 대해서 자조적으로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는 게 함정이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난 양상문의 리빌딩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주변의 트윈스 팬들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난 어느 정도 믿었었다. 그런데 요 며칠 경기를 보다보니 트윈스 팬들의 말이 맞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 


리빌딩을 하는 팀에 필요한 것은 적절한 수준의 채찍과 당근이다. 그리고 그 범주엔 베테랑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말하자면 그런 일을 시도하는 팀에 가장 필요한 감독 스타일은 김성근이라는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면 과감하게 교체시키고 주전멤버에서 제외시키기도 하는 과감함이 필요한 거다. 그렇게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반기 내내 그런 모습을 보긴 힘들었다. 경쟁이 아니라 그냥 신인 선수들을 주구장창 기용하는 수준이었다. 어린 선수들 기를 살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여긴 프로다. 고교야구가 아니다. 신인에게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그건 경쟁을 통해 성장하라는 의미지 '우쭈쭈'는 좀 아니다. 그런 모습이 전반기 내내 지속되었다. 


오늘 2016년 8월 2일 베어스와의 경기. 스타팅 멤버부터 이상했다. 포수 박재욱. 얼마전 경기에도 등장해서 불안정한 포구와 정돈되지 못한 인사이드 워크를 보여주었다. 사실 그 정도면 2군에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될 수준이었다. 그런데 스타팅으로 나왔다. 


리고 운명의 3회말. 히메네스의 실수라고 알려진 그 장면. 그런데 그게 히메네스 잘못일까? 오버런에 걸린 주자를 몰아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볼을 가지고 쫓는 선수가 아니라 반대 편에서 볼을 받는 선수의 위치다. 3피트 룰이 존재하는 한 어차피 주자는 라인 주변을 뛰어야 한다. 쫓는 선수역시 최단거리로 쫓아야 하기에 라인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이 경우 볼을 받을 선수는 라인보다 조금 옆쪽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볼을 던져줄 수가 있다. 그런데 포수 박재욱은 정확히 라인에 서있었다. 그 결과 주루 방해가 성립되었을 정도다. - 홈충돌방지 규정이 아니더라도 그냥 주루방해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서 불안정한 포구로 인한 1점 헌납은 그럴 수 있다. 포수의 포구가 불안정하다는 건 기본적인 수준의 문제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진 무리한 홈송구는 타겟을 완전히 빗나갔고 베어스는 어부지리로 한 점을 더 얻었다. 한숨이 나오는 건 그 포일 상황에서 투수인 허프와 3루수인 히메네즈는 상황에 맞는 기본적인 플레이를 충실하게 해냈다는 점이다. 잘 했는데 왜 한숨이 나온다는 것일까? 


그 전 상황. 이 경기에서 가장 이해하김 힘들었던 장면. 주자 1,3루. 타잔 정수빈이 친 공이 투수 쪽으로 힘없이 굴러갔고 허프가 이를 안정적으로 잡았지만 송구조차 제대로 못 해보고 타자, 주자 올 세이프가 되는 상황. 많은 이들이 허프 투수의 착각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굴러온 공을 잡은 허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2루 쪽으로 송구할 자세를 취했다. 원아웃 주자 1, 3루이니 1루 주자와 타자주자를 잡으면 그대로 이닝이 종료되는 상황,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데 송구하지 못 했다. 그 상황에서 주의깊게 볼 선수는 2루수 손주인이다. 경기 초반 몇 번의 호수비덕에 가려져 있지만 이 상황에서 2루수인 손주인의 2루 커버는 너무 느렸다. 허프는 이미 송구동작에 들어갔는데 손주인은 그 상황에서도 2루 커버에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아니었다. 송구 타이밍을 한 번 놓쳤고 그 때부터 허프의 혼란은 시작되었고 주자 올 세이프. 


허프는 지극히 정상적이고도 기본적인 플레이를 시도했다. 내가 보기엔 손주인이 뭔가를 단단히 착각했던 것이다. 아마 홈송구를 선택할 것이라 '지레' 짐작했을 확률이 높다. 물론 가능하다. 홈에서 3루 주자를 잡고 1루로 송구해도 더블 아웃으로 이닝 종료니까. 그런데 이건 기본적인 야구의 룰을 착각한 거다. 


만루가 아닌 상황에서 3루 주자가 홈으로 대쉬하는 것은 점수를 뽑겠다는 목적만이 아니라 여차하면 스스로 런다운에 걸려서 아웃 카운트 하나와 다른 주자들의 세이프를 보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한 선택이다. 돌아갈 곳이 있는 상황에서 모든 아웃은 태그 아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반면 2루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1루 주자는 무조건 2루로 가야 한다. 타자 주자에게 1루를 내주어야 하기 때문에. 송구만 빠르게 이루어졌더라면 무리없이 더블 아웃-이닝 종료인 상황. 당연히 선택은 2루여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 상황에서 2루수인 손주인은 무조건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야 한다. 그가 2루수인 이유다. 그 상황에서 뭐가 착각을 일으킨 선수가 있다면 그건 허프가 아니라 손주인이다. 


이미 수많은 매체들에서 트윈스의 이 기본조차 무시하는 플레이에 대해서 주구장창 지적을 했다. 그런데도 나아지는 모습은 별로 없다. 내가 양상문의 리빌딩 의도에 대해서 의심할 수 밖에 없게 된 이유다. 기본적인 플레이다. 그 정도는 당연히 할 줄 알아야 1군에 올라오는 거 아닌가? 그런 기본적인 플레이마저 1군에서 경험으로 얻어가야 하는 것일까? 한두번은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건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 없다. 


양상문 감독이 이 팀에서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이젠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트윈스 팬들이 항의의 현수막을 펼쳐든다고 해도 뭐라 하기 힘든 상황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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