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잘 하는 놈이 잘 한다'의 줄임말이다. 이미 언급했지만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스포츠다. 그리고 그에 따르자면 타격이 뛰어난 선수는 다른 형태의 타격도 잘 한다. 이를 테면 번트같은. 일반적으로 그렇다. 물론 대놓고 공갈포를 날리는 유형. 즉 장타는 많지만 그게 아니면 삼진인 강풍기 유형의 선수는 예외다.
뭐 이쯤 되면 이야기는 끝난 거다. 이용규가 누군가. 이른바 용규 놀이로 잘 알려진 컨택의 달인이다. 당연하게도 번트도 잘 댄다. 비록 리그 수위를 다투는 타자라곤 하지만 그래봐야 3할 언저리다. 타석에 3번 들어서면 1번 안타를 친다는 의미다. 나머지 두 번은 아웃이다. 그 아웃이 내야 땅볼, 내야 플라이가 되면 의미없이 아웃 카운트만 하나 올라가고 만다. 게다가 불행히도 이용규는 장타형 타자도 아니다. 외야 깊숙한 플라이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단순히 수위타자라는 요소만 보면 번트 시도가 이상해 보이지만 점수를 얻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보면 이용규같은 유형의 타자가 오히려 외야 플라이라는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불리하다. 반면 외야 플라이가 없는 대신 그에겐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장타형 타자에 버금가는 경우의 수를 갖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 작전을 통해 한 점을 짜내는 걸 선호하는 유형의 감독이다. 말하자면 스퀴즈 번트를 선택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된 셈이다.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단지 팬들은 늘 최고의 상황을 상상한다는 것이고 감독은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야구는 어차피 결과론이다. 제 아무리 선택과 경우의 수, 그리고 과정에 대한 설명이 따라붙어도 결과를 이기긴 힘들다. 특히 그런 점은 팬들에게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스퀴즈는 실패했고 추가 득점에 실패했으며 경기도 졌다. 그래서 팬들의 원망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만약 그냥 타격을 했더라면', '리그 수위 타자인데'라는 가정에 불과하다는 것고 고려할 필요는 있다.
'아마츄어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운 팀 다운? (0) | 2016.08.03 |
---|---|
어설픈 메시 흉내. (0) | 2015.09.27 |
코칭스텝의 문제. (0) | 2015.06.05 |
야구 이야기 - 올 시즌이 쫄깃쫄깃해지려면. (0) | 2015.05.29 |
야구 이야기 - 슬픈 예감, 불문율. (0) | 2015.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