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야구를 잘 보지 않게 되다...

The Skeptic 2006. 10. 14. 19:00

예전엔 주말 오후면 소파에 드러누워 프로야구를 봤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기본적으로 미국의 정치, 군사, 문화적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나 유행하는 국지적인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사실 내가 이미 야구를 좋아하게 된 이후의 일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엔 고교야구에 열광했었고 조금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프로야구에도 열광했었다. 열광이라고 해봐야 주말 오후에 채널선택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니 따지면 민망한 열광이다.

 

아무튼 그렇게 좋아하던 야구를 이젠 잘 안 보게 되었다. 오늘도 한화와 현대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이 벌어지는 것을 알았고 TV중계를 해준다는 것을 알고도 보지 않았다.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재미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에 기대하는 그런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난 스포츠 경게를 보면서 드라마를 원한다. 그것이 '슈퍼스타 감사용'식이든, '공포의 외인구단'식이든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

 

그 가장 큰 사례를 들자면 프로야구 현대 구단의 김재박 감독이다. 비록 그가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프로야구계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승부를 위해서 지나친 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몇 년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현 한화 감독인 김인식 감독이 두산 베어스의 감독으로 있을 당시 김재박 감독의 현대와 벌어졌었던 플레이오프 경기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 상대팀 투수의 밸런스를 흐트러뜨리기 위한 항의와 지금도 그 사실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사인 훔치기.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경기였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더라도 실력으로 이기면 되지 않느냐고. 아니면 그것도 경기의 한 부분이라고.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류의 드라마가 아니다. 그런 드라마는 그야말로 만화속에서나 나오는 것일 뿐이다. 늘 스포츠를 거론할 때면 등장하는 단어. '정당한 승부'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거다. 다들 열심히 하는 중에 더욱 열심히 한 쪽이 승리하는, 그래서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도 좋은 그런 드라마 말이다.

 

핑계나 항변이 있을 수 있다. 어차피 스포츠가 숭패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 승패의 결과에 따라 몸값이 결정되는 것이 되어버린 이상 나의 요구는 너무 무리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그 때 난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너의 모든 일상이 그런 식으로 된다면 좋겠는가하고. 그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난 그런 것들이 그런 식으로 용인되는 세상이 싫다.

 

그런 식으로 이긴 자가 강자가 되고

그 강자들의 질서가 용인되는 세상.

난 그 질서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는 것이 싫다.

 

 

 

 

 

 

 

 

 

 

 

 

그래도 여전히 난 주말이면 TV로 야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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