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을 가지고 노는 놀이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공간적 제약이다. 탁자를 놓고 하든 맨 땅에 금 쫘악 그어놓고 하든 일정한 공간적 제약이 주어지는 것이 공놀이의 특징이다. 그리고 그 공간의 크기에 따라서 운동의 편향성이 주어진다. 이를 테면 축구는 대부분 전방 지향의 운동성이 요구된다. 수비를 하든 공격을 하든 앞으로 보고 달리는 것이 주란 말이다. 반면 탁구나 테니스같은 경우엔 주 운동방향이 좌우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각의 주된 운동방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빈 공간'에 대한 공략이다. 빈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축구는 그런 점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경기다. 내 땅과 남의 땅에 대한 구분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에 개별 팀과 구성원들이 점유해야 하는 공간의 크기가 넓기 때문이다. 농구도 비슷하긴 하지만 그들의 이른바 3초룰이 적용되는 골밑 공간을 설정함으로서 우리 팀의 권리가 인정되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반면 축구는 페널티 존이 존재하지만 그에 대한 권리라고 해봐야 손으로 공을 다뤄도 되는 골키퍼 한 명 더 있는 정도다.
그래서 축구에선 공간의 점유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이태리와 대한민국의 축구 경기의 실점 상황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세 골을 먹은 모든 상황이 숫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빈 공간과 우발적으로 그 공간으로 흐른 공, 그리고 그 공간을 점유해 들어온 선수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런 점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바로 두번째 골이다. 문전 혼전상황에서 흐른 공을 이태리 선수가 잡았고 순간적으로 골문앞 빈 틈으로 쇄도한 이태리 선수에게 이어졌고 결국 골로 이어졌다. 그 순간 우리 수비수들은 아주 정석대로 골문 바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공간에 있지 않아도 될 선수들까지 말이다.
우리가 그리고 세계가 박지성 선수를 인정하는 대목이 바로 그 지점이다. 그가 뛰는 경기를 보면 상대 골문으로 슈팅이 날아가고 그 공이 빈 공간으로 흘러나올 때쯤이면 바로 그 곳이나 아니면 그 근처에 박지성이 있었던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 것이 바로 실질적인 볼 점유율이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패스할 공간을 만들지 못해 우리끼지 이리저리 돌리는 것까지 볼 점유율이라고 보는 것은 사실 무리가 있는 통계수치다. 물론 그런 수치조차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면 가치가 있겠지만 비슷한 수준이라면 의미를 찾기 힘들수밖에 없다.
예전에 내가 박주영이란 선수를 처음 알고 경기를 보았을 때 박주영이 바로 그런 선수였다. 빈 공간을 잘 점유해 들어갈 뿐 아니라 같은 팀에게 빈 공간을 만들어 주는 방법까지 알던 선수였다.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박주영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원톱을 놓든 투톱을 놓든 박주영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한 두가지 면에서 장기가 있는 선수라면 모르겠는데 박주영은 다재다능한 선수라 단순하게 한 두가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포지션에 기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
2.
미드필더진을 개편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주로 공격을 나서는 백지훈을 제외하면 나머지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좀 묘하게 애매하다. 수비치중도 아니고 공격치중도 아닌 어정쩡함. 그 때문인지 나이어린 기성용선수는 공격 순간에 과감해지기보다는 소극적인 패스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패스가 당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장면들이 많이 보인다.
그 순간과 상황에 가장 적절한 움직임을 보였다면 그의 포지션이 어디인가와 상관없이 칭찬받을만 하다. 그러나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무의식적 인지가 상황에 거스르는 행동을 만들어 낸다면 오히려 문제다. 한국 축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지적이 바로 '창조적인 축구'인 것이 바로 이 지점에서다. 경험이 일천하고 나이들이 어려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창조성'역시 자꾸 시도하고 경험해야지만 가능해진다. 훈련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물론 선천적이라고 할 정도인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많은 경험에서 축적된 상황에 대한 빠른 판단능력과 순간적인 실행능력을 지칭할 뿐이다. 그런 선수조차도 처음부터 그런 것들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없었을 것이다.
축구란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경기지만 그 넓은 공간만큼 많은 선수가 뛰어 다니는 경기기도 하다. 공격시 한 두명의 선수가 포지션을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여도 나머지 선수들이 커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그런 능력에서 보면 우리 팀이 다른 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런 엄청난 장점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 하지 않은가?
온두라스전 승리를 기원하며...
공을 가지고 노는 놀이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공간적 제약이다. 탁자를 놓고 하든 맨 땅에 금 쫘악 그어놓고 하든 일정한 공간적 제약이 주어지는 것이 공놀이의 특징이다. 그리고 그 공간의 크기에 따라서 운동의 편향성이 주어진다. 이를 테면 축구는 대부분 전방 지향의 운동성이 요구된다. 수비를 하든 공격을 하든 앞으로 보고 달리는 것이 주란 말이다. 반면 탁구나 테니스같은 경우엔 주 운동방향이 좌우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각의 주된 운동방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빈 공간'에 대한 공략이다. 빈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축구는 그런 점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경기다. 내 땅과 남의 땅에 대한 구분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에 개별 팀과 구성원들이 점유해야 하는 공간의 크기가 넓기 때문이다. 농구도 비슷하긴 하지만 그들의 이른바 3초룰이 적용되는 골밑 공간을 설정함으로서 우리 팀의 권리가 인정되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반면 축구는 페널티 존이 존재하지만 그에 대한 권리라고 해봐야 손으로 공을 다뤄도 되는 골키퍼 한 명 더 있는 정도다.
그래서 축구에선 공간의 점유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이태리와 대한민국의 축구 경기의 실점 상황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세 골을 먹은 모든 상황이 숫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빈 공간과 우발적으로 그 공간으로 흐른 공, 그리고 그 공간을 점유해 들어온 선수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런 점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바로 두번째 골이다. 문전 혼전상황에서 흐른 공을 이태리 선수가 잡았고 순간적으로 골문앞 빈 틈으로 쇄도한 이태리 선수에게 이어졌고 결국 골로 이어졌다. 그 순간 우리 수비수들은 아주 정석대로 골문 바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공간에 있지 않아도 될 선수들까지 말이다.
우리가 그리고 세계가 박지성 선수를 인정하는 대목이 바로 그 지점이다. 그가 뛰는 경기를 보면 상대 골문으로 슈팅이 날아가고 그 공이 빈 공간으로 흘러나올 때쯤이면 바로 그 곳이나 아니면 그 근처에 박지성이 있었던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 것이 바로 실질적인 볼 점유율이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패스할 공간을 만들지 못해 우리끼지 이리저리 돌리는 것까지 볼 점유율이라고 보는 것은 사실 무리가 있는 통계수치다. 물론 그런 수치조차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면 가치가 있겠지만 비슷한 수준이라면 의미를 찾기 힘들수밖에 없다.
예전에 내가 박주영이란 선수를 처음 알고 경기를 보았을 때 박주영이 바로 그런 선수였다. 빈 공간을 잘 점유해 들어갈 뿐 아니라 같은 팀에게 빈 공간을 만들어 주는 방법까지 알던 선수였다.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박주영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원톱을 놓든 투톱을 놓든 박주영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한 두가지 면에서 장기가 있는 선수라면 모르겠는데 박주영은 다재다능한 선수라 단순하게 한 두가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포지션에 기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
2.
미드필더진을 개편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주로 공격을 나서는 백지훈을 제외하면 나머지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좀 묘하게 애매하다. 수비치중도 아니고 공격치중도 아닌 어정쩡함. 그 때문인지 나이어린 기성용선수는 공격 순간에 과감해지기보다는 소극적인 패스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패스가 당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장면들이 많이 보인다.
그 순간과 상황에 가장 적절한 움직임을 보였다면 그의 포지션이 어디인가와 상관없이 칭찬받을만 하다. 그러나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무의식적 인지가 상황에 거스르는 행동을 만들어 낸다면 오히려 문제다. 한국 축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지적이 바로 '창조적인 축구'인 것이 바로 이 지점에서다. 경험이 일천하고 나이들이 어려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창조성'역시 자꾸 시도하고 경험해야지만 가능해진다. 훈련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물론 선천적이라고 할 정도인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많은 경험에서 축적된 상황에 대한 빠른 판단능력과 순간적인 실행능력을 지칭할 뿐이다. 그런 선수조차도 처음부터 그런 것들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없었을 것이다.
축구란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경기지만 그 넓은 공간만큼 많은 선수가 뛰어 다니는 경기기도 하다. 공격시 한 두명의 선수가 포지션을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여도 나머지 선수들이 커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그런 능력에서 보면 우리 팀이 다른 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런 엄청난 장점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 하지 않은가?
온두라스전 승리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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