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라민 -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것 아니라는 것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다. 그런데 나이먹고도 아직도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슬픈 일이고 화나는 일이다. 왜 화를 내는 걸까? 이유는 이렇다.
1. "멜라민 몇 프로정도는 섭취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 다 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물에도 평균 얼마간의 대장균이 들어있게 마련이다. 100% 안전한 식품이란 없다. 문제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숨기거나 드러난 이후에도 덮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런 행위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기억할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공업용 우지' 사건이란 것이 있었다. 당시 라면업계 1위였던 삼양 라면이 라면을 생산하면서 식품용이 아닌 공업용 소기름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분노한 사람들이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당시 시장점유율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던 농심이 일약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삼양은 혐의를 벗을 수가 있었지만 이미 빼앗긴 업계 1위는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지금도 식품업계에선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러니 업계로선 어떻게든 빠른 시간안에 사건을 덮어야만 하는 강박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말 어쩌면 소비자들 역시 사건의 발생에 대해서 단순하고 즉자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보다는 좀 더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업계 역시도 단순히 부인하고 덮으려고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다는 인식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지금같은 상황에선 별로 편들어주고 싶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그래얄 것 같다는 말이다.
2. "원산지의 문제"
이게 참 애매한 문제다. 얼마전 방영된 다큐멘타리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중국산 없이 살아보기'였다. 즉 Made in China 없이 일정 기간을 살아보기로 하고 그 과정을 찍은 것이었는데 충격적인 것은 실험 초기 집안에서 중국산을 치우는데 실로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그 뿐 아니라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해도 살 것이 없었다. 물론 이 실험에서 원산지 표기가 되지 않아도 되는 물건들은 예외였다는 것, 이를 테면 과자를 넣은 비닐봉지라든지, 그 과자에 들어간 참깨조각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만약 그런 것들까지 포함했더라면 그 다큐멘터리는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찍은 호러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경제학을 배우는 학도들은 자유무역이 상호간의 기회비용을 상승시키는 쪽으로 진행됨으로 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거의 맹신하도록 배운다. 그러나 그것은 말짱 뻥이다. 지금도 많은 경제학 학도들이 배우는 각종 원론서들이나 고전 이론서들은 현재 우리의 경제 현실을 완전히 왜곡하는데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그 이론서들은 '윤리의 문제'에 대해서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을 가르치지만 그것이 사람들을 실업의 고통으로 내몬다는 것은 항상 과소평가하는 식이다.
그런 지식과 믿음으로 현재 새계자유무역체제가 만들어 졌다. 상호 기회비용의 증가가 아니라 그저 값싼 노동력을 찾아 다국적 기업들이 이동을 하고 있고, 그 개도국의 허술한 법적 규제를 틈타 불법적인 행위나 비인권적인 행위들이 자행된다. 최근에서야 그런 식으로 생산된 제품들의 성분과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윤리의 문제를 간과하는 기업들에겐 그저 잠시 피해가면 그만인 장애물일 뿐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다큐멘터리에서처럼 우린 일상생활에서 도저히 그것들을 피해갈 수가 없다.
결국 시스템과 구조가 우리를 속이려 하면 할 수록 더욱 현명하게 굴어야만 한다.
"공짜처럼 보이는 것, 실은 우리가 다른 식으로 그 댓가를 지불하고 있거나, 지구상의 어느 누군가가 나 대신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 댓가를 대신 지불함으로서 무엇을 얻고 있는지는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계속 현명해지지 않는 한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 글을 쓰다 보니 루시드 폴의 '키드'와 '사람이었네'가 귓가에서 앵앵거린다.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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