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세상사 단순하고도 복잡한 것

The Skeptic 2009. 2. 28. 01:21

- 세상사 단순하고도 복잡한 것 -

 

이게 무슨 황희정승이 계집종 둘에게 내린 해답같은 말인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이지 그런데 나 역시도 같은 답을 말해줄 수 밖에 없다. 세상사 단순하고도 복잡한 것이다. 다만 내가 황희 정승과 차이점이 있다면 그 복잡과 단순사이의 경계선을 주욱 그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매우 자의적인 의미지만.

 

'보고 듣는' 세상사란 복잡하다. 아쿠다가와 류우노스케의 짧은 소설 '덤불 속' 의 이야기처럼 같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누구에게서 듣는가에 따라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상황은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 - 참고로 덧붙이자면 구로자와 아키라의 유명한 영화 '라쇼몽'의 영향으로 이 소설의 제목을 '라쇼몽'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되더라만 이 소설의 원제는 '덤불 속' 이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는 '라쇼몽' 과 '덤불 속' 이란 두 소설을 합쳐놓은 형태다 - 그렇다고 내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그 해변의 모래알처럼 하고 많은 일들을 직접 경험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고 듣는' 세상사란 뭐라 딱 부러지게 정의내리기 힘들 정도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세상사란 의외로 별 것 없다. 심지어 그 일들중 거의 90% 정도는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라는 극도로 단순한 선택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 몇 대, 그리고 현다이의 수익 몇 푼과 국민의 건강을 맞바꾸려 한 사건을 보자. 그 사건을 둘러싼 스토리는 매우 복잡하다. 미국과의 교역 문제부터 수입산 소의 안전성, 그 제도의 도입으로 경제 전반에 어떤 이득 혹은 손해가 있는지, 우리 농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이며 어떤 것들을 보완해 주어야 하는지, 그 보완책이 협정상에 위배되는 것은 없는지 기타등등 기타등등 하는 식이다. 그런데 내가 그 모든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충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평가한 결과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내렸다 하더라도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실제 그 때 내가 한 일이라곤 집회에 나간 것과 몇 번 물대포에 맞을 뻔 했던 것, 그리고 십년쯤은 충분히 어린 전경들과 삿대질한 것 밖에 없다.

 

그러니 세상사란 결국 복잡하고도 단순한 것이란 말이 정답이 될 수밖에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걸 거꾸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보고 듣는' 세상사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복잡하게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불행히도 이런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걱정을 넘어 현실적인 비극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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