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가를 알아보는 가장 초보적인 방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상황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인 것도 아니다. 단지 사람들은 하나의 사실에 근접하기 위해 많은 통계와 수치, 경우의 수를 참고하기 보다는 자기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식 한 가지를 더 선호한다는 점때문에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아주 당연하게도 사실 혹은 진실과는 그다지 큰 관련이 없다. 단지 내가 이해하기 용이할 뿐이다.
"왜 그렇게 세상에 불만이 많으냐?"
라는 질문을 받았다. 뭐라 항변내지는 변명을 하려 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사실이었다. 쥐박이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내 상태가 그렇기는 하다. 물론 쥐박이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그렇게 되어도 충분할 정도긴 하다. 그러나 글의 제목처럼 사람이란 어느 시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지는 간사한 존재이기도 하다.
'Half empty'에 가까운 현재의 내 심리상태는 결국 내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는 여정이 거꾸로 굴러가고 있음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그렇다면 'Half full'역시 가능한 것 아닐까? 맞는 말이다.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학생이던 시절로 돌아가기만 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오늘 뉴스를 보니 미네르바가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한다. 정확한 법적 절차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는 이상 현재 상태에선 무죄가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이 사건은 단순하게 내가 학상이었던 시절로 되돌리기만 해도 미네르바는 최소 6개월에서 당시나 지금이나 말도 안되는 국가보안법을 걸고 넘어지면 길게는 3년짜리 실형도 언도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을 사건이 일단 무죄판결이 났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발전이다. 물론 그 시간상의 거리가 근 10년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흡한 감이 있긴 하지만.
게다가 촛불시위 사건에 대해 의도적으로 개입하려한 것이 확실한 대법관에 대해서 사법부내에서 퇴진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튀어 나오는 것 역시도 대단한 발전이다. 아마도 내가 학상이었던 시절이라면 그 대법관은 청와대에 불려가서 대통령이랑 악수하고 금일봉, 아니 훈장까지도 받았을지 모른다. 대머리 전두환이가 광주에서 시민들 잘 죽였노라고 진압군 장성들에게 훈장을 뿌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랬던 시절과 비교한다면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Half full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그 비교시점이란 것이 몰상식의 극치를 달리던 당시라는 것 자체가 이미 마뜩치가 않다. 아무리 수준이 떨어진다고 해도 좀 심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세상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좀체 그게 되질 않는다. 나면서부터 '시회불만세력'은 아니었을진데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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