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룰이 또 바뀌었단다. 기삿거리를 만들기 좋아하는 스포츠 찌라시의 자칭 기자들이 또 몇몇 감독들의 발언을 앞세워 낚시질에 여념이 없다. 한두번도 아니지만 볼 때마다 참 한심스럽다. 하긴 스포츠 찌라시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 뭐, 달래 찌라시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변명을 늘어놓을 순 있겠지만 그래봐야 게으름의 증거일 뿐이고.
아무튼 바뀐 룰은 대체로 이렇다. 늘어지는 경기시간 단축을 위한 12초 촉진 룰, 타자 대기석에 한 명만이 나올 수 있으며, 스트라이크 존이 몸쪽과 바깥 쪽 모두 공 반개 정도로 넓어 졌다고 한다. 그 외에도 몇 개 더 있지만 대체로 이 세 가지 정도가 경기에 가장 영향을 미칠 만한 룰로 보인다. 일단 이 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김성근 감독과 같다. '룰이 너무 자주 바뀐다'
'룰'이란 게 그렇다. 모두가 지키고 따라야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신경전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농구경기만 해도 시즌 막판 성적을 가르는 중요한 경기에서 상대 팀의 수비 구역에 들어간 공격수에게 3세컨 바이얼레이션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은 경기에서 그 룰이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암묵적으로 무시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문제는 누군가가 그 암묵적인 동의를 깨는 경우다. 이럴 경우 상황은 정말 난감해지는 것을 넘어 아예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중요한 것은 심판진의 소신이다. 그리고 그 소신은 오랫동안 스스로 적용해 본 룰이기에 틀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경우에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룰이 자주 바뀐다는 것'은 심판진들에게 그런 소신을 심어주기 힘들다. 심각한 경우 경기 전체를 조율해야할 심판들이 이리저리 휘둘리기 십상이다. 그렇게 되면 경기 자체가 재미없어질 수밖에 없다.
각론으로 들어가자먄 12초 촉진 룰에 대해선 찬성한다.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지만 야구 역시 타이밍의 경기다. 문제는 그 타이밍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이기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다. 실제로 그런 행위를 하는 선수들도 많다. 선수 자신에겐 중요할지 모르지만 관객들의 입장에선 참 맥빠지고 짜증나는 일이다. 제 아무리 중요한 경기라 하더라도 꼭 지켜졌으면 한다.
타자 대기석에 한 명만 나올 수 있다는 룰은 반대다. 특히 12초 촉진 룰을 적용할 것이라면 더더욱 반대다. 일단 마운드에 오르면 어찌되었든 아웃 카운트를 세 개 잡을 때까지 던져야 하는 투수의 경우엔 적응이 쉽겠지만 한 경기에서 3타석, 많아야 5타석 정도를 들어서는 타자에겐 준비할 시간이 너무 줄어든다. 12초 룰을 적용할 것이라면 이 룰은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는 반쯤만 찬성이다. 12초 룰과 같은 맥락에서 볼때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은 적극적인 공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몸 쪽 스트라이크 존 확대는 반대다. 타자 몸쪽으로 잘 제구된 볼이 들어가면 제 아무리 타격의 신이라 해도 제대로 쳐내기 힘들다. 메이저 리그의 괴물 타자 푸홀스라면 모르겠다. 결국 투수들은 좀 더 과감한 몸쪽 승부라는 미끼를 안 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경향은 위협구나 빈 볼 시비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특히 모 구단의 베테랑 타자는 아예 홈플레이트 윗 쪽까지 상체를 들이밀고 투수를 압박하는 못된 버릇까지 가지고 있다. 메이저 리그라면 당장 빈볼이 날아올 타격자세라고 말들 하지만 그 경력이 되도록 그 버릇을 버리지 못 했다. 간혹 그 선수가 히트 바이 피치드 볼을 맞고 투수에게 화를 내는 걸 보면 솔직히 내가 투수로 나서서 초구에 헤드샷을 날려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다. 그런데 외려 남조선에선 야구 관계자들이나 팬들이나 그런 자세를 '적극적'이라며 칭찬하는 경향이 있다.
안 그래도 좁아터진 동네에다 대상이나 상대에 대한 감정이입에 관한 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남조선 인민들의 속성상 몸쪽 스트라이크 존 확대는 경기의 박진감을 증가시키기 보다는 불상사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이미 요 몇 년간 벌어진 '빈볼 시비'를 보자. 빈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개인적으론 모두 빈볼이 아니라고 보지만) 아무튼 타자가 큰 부상을 당했다. 그런데 이후 벌어진 사태를 보자. 특정 팀에 대한 비판을 넘어 비난에 음해, 근거없는 비방까지 난무하지 않았던가.
결국 넓어진 스트러이크 존에 대한 견해는 야구 경기 자체나 선수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야구판에 속한 모든 이들과 남조선의 전반적인 문화와 관련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경문 감독의 말마따나 바깥 쪽은 넓히고 몸 쪽은 그대로 두자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뭐 그래도 룰 자체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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