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저렴한 가격, 저렴한 인생

The Skeptic 2010. 12. 17. 00:07

<하루 판매량 30마리를 기준으로 프라이드 치킨 1마리 원가는 생닭 4300원에 튀김가루 970원, 기름값 1000원, 박스와 무, 콜라 등 제공품 비용 1180원과 임차료·수도광열비·감가상각비 3268원, 배달비 및 인건비 2222원 등을 더하면 1만2940원이라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1만 5천원짜리 닭에 포함된 '원가'의 대략적이고 표준적인 내용이란다. 결국 가맹점의 이윤은 마리당 2,060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하루 30마리 기준이니까 하루 수입은 61,800원이 된다. 한 달을 30일로 잡으면 1,854,00원이란 말이다. 연 수입으로 계산하면 22,248,000 이라는 말이다. 일단 퍼뜩 떠오른 한 가지 의문은 '세금 문제'다. 가맹점도 사업자로 분류된다면 분명히 수입에 대한 세금을 낼 것이다. 일단 공개한 내역엔 그 항목이 없다. 그렇다고 가명점 본사에서 그걸 대신 내줄리는 없다. 일단 누락되었다고 보고 세금 부분까지 제하면 연 2천만원 정도의 수입이다. 

 

연 2천 만원의 수입? 월 160이 조금 넘는 수입이다. 문제는 보통의 평균적인 가정인 경우 이 돈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되느냐는 거다. 가능하더라도 매우 빠듯한 수준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소비자들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닭 값이지만 가맹점에선 하루 30마리를 팔아서 버는 돈이라는 게 그다지 많지도 않다. 그런데도 프랜차이즈 업계와 협회라는 곳에선 이것을 '적정선'이라고 부른다.

 

내가 보기엔 적정하지 않다. 닭 값을 올리던지 원가를 낮추던지 닭을 두 배이상 팔던지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판매를 늘리는 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변수니 일단 열외다. (주1) 닭값을 올리는 건 외려 판매량을 줄일 수도 있으므로 별 큰 효력이 없다. 결국 남는 건 원가절감이다.

 

<생닭 4300원에 튀김가루 970원, 기름값 1000원, 박스와 무, 콜라 등 제공품 비용 1180원>

 

결국 문제는 이 지점이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 닭 한마리를 5,000원에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것이다. 이미 롯데는 식육업을 하고 있다. 닭을 안정적으로 그것도 싼 가격에 받을 만한 위치다. 게다가 기존 매장을 사용하니 임차료는 들 일이 없고 수도광열비같은 항목 역시 매우 낮을 수 밖에 없고 배달을 하지 않으니 인건비 역시 낮아진다. 물론 그 모든 걸 업계가 공개한 내역의 절반 수준으로 잡아도 사실 5,000원이란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다. 이마트 피자에 대항하기 위한 '미끼상품'이란 소리가 신빙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롯데마트 치킨을 부활시키라는 소리를 하던데 거듭 강조하지만 난 반대다. 그리고 이마트 피자 역시 반대다. 난 여전히 이 문제가 프랜차이즈 업계, 본사와 가맹점간의 구조개선을 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대재벌들에게 이윤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을 해도 괜찮다는 면죄부를 주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만 목을 매는 저렴한 소비자들의 삶 역시 저렴해질 수 밖에 없다.

88만원 세대?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닥쳐온 게 아니다. 

 


주1)

일반적으로 '원가 절감'이나 '소득 향상'의 목표를 위해 각종 요소들을 가정하는 경우 '변수'는 제외된다. '상수'는 언제든 예측이 가능한 수치라 통제와 조절이 가능하지만 '변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조선엔 나름 경제에 대해서 알만큼 안다는 인간들조차도 거꾸로 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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