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이론

파이이론

 

사실 별로 이슈가 될만한 건덕지도 없는 이야기인데 특이하게 우리 나라에선 늘상 이슈가 되는 게 이거다.

 

"지금이 파이를 나눌 때인가 아니면 파이의 양을 늘릴 때인가?"

 

단답식과 흑백논리 그리고 세상사 모든 것을 사적인 소유로 환원하는, 그러나 사실 전혀 말이 안 되는 논리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아무 문제도 없는 문제제기같지만 사실 이건 그 자체로 잘못된 질문이다. 파이를 늘리는 목적 역시 나누어 먹기 위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된 목적은 '나누는 것'이고 좀 더 풍족하게 나누어 먹기 위해 양을 늘려야 하는 것일 뿐이다. 즉 양을 늘리는 것과 나누는 것을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인 거다. 

 

이를 테면 어떤 기업에서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다. 그런데 기업의 앞날을 위해 연구개발비로 얼마간의 이익을 재투자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노조에서 그 돈마저 나누어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잘못이다. 단순하고 어리석은 욕심때문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인 동화가 말해주는 교훈처럼 말이다. 반대로 그런 식으로 재투자에 사용할 것도 아니면서 이익을 쌓아놓기만 하는 것도 분명히 잘못된 행위다. 

 

작년 한 해 우리 나라의 수출액과 수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사실 액면 그대로 믿기엔 조금 무리한 감이 있다. 왜냐면 환율때문이다. 적어도 작년 상반기 환율은 사상 최대치였다. 말하자면 액수로만 따질 경우 고환율에 의해 실제보다 고평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환율같은 변수를 조정해서 수치를 다시 산정했을 경우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문제는 내가 그것까지 어찌 해볼 능력은 안 된다는 점이다. - 나같은 넘은 대학나와봐야 헛거란 말쌈...

 

아무튼 사상최대라는 것이 현재까지 나온 사실이다. 문제는 그런 대단한 수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제 지표들, 특히 빈부격차와 관련된 지표들을 보면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신뢰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일단 사상최대의 파이를 만들었는데 그게 전혀 나누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중의 하나가 있는데 바로 복지 그리고 빈부격차 해소와 같은 문제의 해결책이다. 일반적으로 '윗돌빼서 아랫돌막는다'라고 하면 하나마나한 쓸데없는 짓을 지칭할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복지, 빈부격차 해소와 같은 문제는 원래 그렇게 해결하는 거다. 더 많이 가진 사람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덜 가진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거다.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정착된 나라에선 당연한 이야기다. 다만 우리 나라처럼 모든 게 사적인 소유라는 막 되먹은 자본주의가 판치는 나라에선 배척의 대상이다. 그러면서 복지를 말한다. 실제로 그런 정치인과 정치집단들 많다. 심지어 다음 번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어떤 이 역시 그런 논리를 편다. 파이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나누는 양도 늘어난다는 식인데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건 익히 증명된 상황인데도 여전히 같은 소리를 한다. 그런데도 유력한 대선후보다. 정치인이나 국민들이나 제 정신이 아닌 거다. 

 

그런 와중에 또 어느 정신나간 국회의원들은 '통일세'를 부과하겠다는 법안을 상정하고자 준비중이란다. '통일세 납세대상을 납세의 의무가 있는 개인 또는 법인으로 하고, 세율은 소득세액의 2%, 법인세액의 0.5%, 상속세와 증여세액의 5%' 부자들에 대한 감세 정책은 지속하면서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발상을 한다는 게 참 여러 모로 납득이 안 간다. 게다가 '통일세관리특별회계 법안은 통일세와 매 회계연도 내국세 총액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재원으로 통일세 관리 특별 회계를 설치하고 북한주민의 생활개선, 북한지역의 발전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했다.' 죄박이가 집권한 이후로 북한이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이게 무슨 앞뒤가 안 맞는 헛소리? 

 

정신나간 것들이 권력을 잡고 있으니 참 못 볼꼴 많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