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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대 스케치북

The Skeptic 2011. 6. 4. 01:13

나가수 대 스케치북

 

살다보면 제일 불쌍한 직업중의 하나가 기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뻔히 기삿거리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지지고 볶아서 기사로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안 그러면 밥줄 끊어지기 십상이고. 특히 스포츠나 연예부 기자들은 그런 고통이 더할 것이다. 국제나 사회, 정치부야 가만히 앉아 있어도 기삿거리가 굴러 들어오는 곳이니 말이다. 그들에게 잇어서 치열함이란 얼마나 빨리 보도하느냐의 차이다. 물론 단순보도에만 머무르는면 또 문제가 되지만. 

 

최근 들어 장안의 화제인 나가수, 개인적으론 이제 그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단 한개 정도 남았다고 본다. 즉 언제 어떤 식으로 이 프로그램이 멋지게 막을 내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문제는 해결하기 정말 어려울 것같아서 내심 우려반 기대반이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이걸 다시 우려먹기 위해 노력중이다. 걔중에 꽤나 흥미로운 시각을 표하는 기사들도 꽤 되긴 한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나가수 대 스케치북이란 대립구도를 설정한 기사였다. 

 

사실 말이 대립구도지 까놓고 보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상 도입된 이 대립구도는 사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가장 먼저 '가창력 대 음악성'이란 대립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언급한 바가 있지만 지나치게 열창 위주로 흘러가는 나가수의 분위기는 나 역시도 우려하는 바다. 말했다시피 매번 나가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내가 매기는 순위와 청중평가단의 순위는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애시당초 음치에 박치인 사람이지만 그래도 난 평이한 노래를 평이하게 부를 수 있는 능력을 매우 높게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가수에서 주로 재즈풍으로 편곡된 곡들. 보름달 뜬 밤, 달빛을 받으며 흘러가는 것인지 아니면 멈추어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가도록 교교하게 흘러가는 노래들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은 취향일 뿐이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내가 대한민국 사람들의 표준적인 선호도와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부정하지 못 하겠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나가수가 단순히 가창력만 평가받는 곳이란 것 역시 지나치게 단순화된 시각이다. 타인의 노래를 자기 나름대로 표현해내고자 하는 노력들, 심지어 그 노래가 평소의 자신의 음악적 성향과 전혀 다른 층위의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런 노력들은 단순히 가창력이란 단어만으론 평가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음악성에 대해서 말할 때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은 능력이 아니라 기나긴 시간동안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능력을 칭하는 것이라면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노력은 그 기준에 충분히 부합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내 생각은 그런데 이런 주제를 언급한 일단의 사람들의 기준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때문에 가창력=나가수, 음악성=스케치북같은 대립항을 구축하려고 하는 듯 하다. 일단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는 점만 지적해도 이 대립항은 많이 무의미해진다. 게다가 어떤 점에서 보자면 나가수나 스케치북은 사실상 같은 지점을 지향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들을 소개하고 이미 알려진 음악가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가수가 단순히 가창력에 치중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란 걸 이해한다면 이런 대립항의 무의미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보자면 나가수 대 스케치북이란 대립항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결정타가 될 수도 있는 반면 다르게 보면 '왜 갑자기 그런 뜬 금없는 소리를?'이란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 말을 마지막으로 덧붙여 보자면. 

 

"스케치북같은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들은 대부분 나가수에도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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