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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나이가 들면 좋은 것

The Skeptic 2011. 7. 21. 02:34

'짝' 나이가 들면 좋은 것

 

돌아온 싱글 특집이 길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평가가 좋아서 그런 듯 하다. 나 역시 이전의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흥미롭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무래도 나이가 주는 정형화된 모습들 때문이다. 이전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내가 큰 흥미를 느끼지 못 했던 이유를 꼽으라면 다른 무엇보다도 불안정함 때문이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는 게 없다는 의미다. 비록 정형화되었다라는 것이 그렇게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 들여지진 않지만 무슨 짓을 해도 '알수 없다', '모르겠다'를 연발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상대하기가 수월하니까. 

 

결국 이전 프로그램들은 그야말로 남녀간의 짝짓기, 그 자체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사람들(들)은 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걸까?', '그 행동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을까?'와 같은 의문들에 대한 답같은 건 애시당초부터 배부른 바램이었다. 그러다 보니 특징적인 캐릭터나 흥미를 끌만한 관계도가 성립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너무나 심심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품었을 법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끌어내기 위한 제작진의 도움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이번 돌아온 싱글 특집엔 구태여 그런 것이 필요치 않았다. 맞건 틀리건 그에 대한 답을 출연진들이 스스로 말하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모든 출연진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인간이기에 어느 정도의 허술한 부분은 분명히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때론 어떤 사람들은 그 허술함을 넘어서는 안 좋은 모습들을 보이는 출연진들도 있다. 콕 집어 말하긴 그렇고 해서 그 특징들만을 언급하자면 이런 거다. 

 

인간관계라는 건 일을 하는 것과 다르다. 물론 인간관계란 것도 분명히 목적이란 것이 있다. 그러나 다른 관계들과는 달리 나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인간관계에선 '목적성'은그렇게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그런데 나잇살깨나 먹고도 그 두 가지 관계의 차이라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단순히 짝을 찾기 힘들다는 문제만이 아니라 자녀교육에 실패하는 대개의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패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상황판단능력의 결여와 성급함이 결틀여지면 자녀교육은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애가 남다르다면 모르겠지만. 

 

두번째는 불행에 대한 과장이다. 물론 이혼이란 게 사소한 사건도 아니고 거기에 아이 문제까지 섞여 있으면 그 불행에 대한 느낌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강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감정적인 울림을 탓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그 불행이 나에게 닥치게 된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도다. 인간관계의 실패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설령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 즉 죽음과 같은 것일지라 하더라도 말이다. 때문에 인간은 그 실패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충분히 겪지 못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미성숙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자신의 불행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과장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의 입에선 '제 잘못도 있지요'와 같은 지극히 정형화된 답변조차 듣기 힘들다.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적어도 이번 특집에선 인간과 관련된 정형화된 특징들이 잘 드러나고 있고 그것이 이전의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어쩌면 '짝'이란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성된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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