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밴드 - 본방사수
TV를 자주 접하지 않게 된지 꽤 되었는데 최근 들어 의식적으로 '꼭 봐야지'라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톱밴드'다. 연주를 잘 하건 못 하건 실수를 하건 말건 보고만 있어도 그냥 기분이 좋다. 그런데 아무래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고 2차 예심이 진행중이다보니 1차 예심 때처럼 호젖하게 손에 아무 것도 없이 슬리퍼 질질 끌며 소풍 나온 기분을 만끽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란 그리 쉽지 않다.
자신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다시피 난 심사위원단도 아니고 그저 무책임한 일개 열혈 시청자에 불과하다. 점수나 순위를 매기는 그런 정교한 작업까진 아니지만 역시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면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유난히 갈리는 팀이 등장할 때마다 내 판단과 가장 일치했던 심사위원은 송홍섭이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어떤 점에서 그와 나의 평가가 일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미루어 짐작하자면 이런 거다. 밴드는 솔로가수가 아니다. 멤버가 몇 명이 되든 상관이 없다. 그래서 사실 멤버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유리한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로 단촐하게 이루어진 밴드보다는 퍼커션과 브라스가 추가된 빅밴드 스타일이 기본적으로 유리하다는 의미다. 많은 악기가 동원되면 아무래도 사운드가 더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빅밴드 역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멤버수가 적은 것만 못할 테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수준에선 아무래도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말하자면 출발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물론 그런 면은 그 밴드를 결성한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니 그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그것은 '안전하다'는 부가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다. 그래서일까? 빅밴드에 가까운 팀이 등장하면 난 좀 더 집중을 하게 된다. 그들의 음악이 그저 어떤 상황에서든 안전하게 들릴 수 있는 수준인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내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톱밴드', 물론 어떤 밴드를 소위 '잘하는 밴드'라고 할 것인가 하는 기준은 매우 모호할 수 밖에 없다. 똑같은 음악을 매일같이 전혀 틀림없이 연주해내는 밴드를 잘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반면 그 어떤 음악이든 자기 식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을 최고로 칠 수도 있으며 음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밴드를 최고로 볼 수도 있다. 그건 개개인의 취향에 관한 문제다. 그렇다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톱밴드'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밴드는 어떤 것일까?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심사위원들의 성향이 갈리는 만큼이나 기준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2차 예심의 미션이 대한민국 100대 명반에 속한 노래들중 하나를 연주하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번 미션은 앞서 언급한 가치들중 두번째와 세번째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나와 송홍섭의 기준이 일치했던 것 같다.
P.S.
이번 2차 예심 첫 방송을 보면서 난 전문 평가단이란 이들의 기준에 대해서 솔직히 인정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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