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선장?

The Skeptic 2012. 4. 15. 00:09

선장?

 

한명숙 사퇴 이후를 추측하는 기사들이 많다. 그런데 논조들이 조금 이상하다. 무슨 난파선을 구난할 선장을 모집하는 분위기다. 언론사고 기자들이면 그래도 나름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갖는 직업인데 이건 웬 해괴한 논리인가? 민주통합당이면 그래도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나름 유서깊은 야당이다. 그런데 고작 대장 하나 새로 들어왔다고 조직이 살아나고 죽고가 결정된다는 건 민주통합당을 지나치게 부실한 곳으로 보는 게 아닐까? 

 

만약 진짜로 그런 곳이라면 공당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물론 이건 민주통합당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하니다.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다. 인물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인 거다. 어느 조직이건 간에 사람 하나 나갔다고 그 빈 자리가 지나칠 정도로 크게 느껴지면 그건 정상적인 조직이 아닌 거다. 심지어 그 자리를 비운 인물이 그렇게 엄청난 사람이었다면 자리를 비우기 전에 미리 자기의 빈 자리를 채울 사람 혹은 조직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못 하는 인물이라면 사실 그렇게 엄청난 인물도 아니다. 

 

내가 와이번스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와이번스가 프로야구 초반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와이번스엔 작년 재작년 우리가 자주 들었던 사람들이 많이 없다. 투수진엔 김광현, 송은범, 정대현, 작은 이승호가 없다. 1,2선발과 필승 계투진에서 두 명이나 빠졌다. 박경완과 정상호도 없다. 국가대표급 포수와 최정상급 백업포수였던 이들이 모두 이탈했다. 물론 다행히도 마치 알맞게 트윈스에서 조인성을 영입함으로서 얼결에 구멍을 메우긴 했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극강의 분위기를 자랑하면 요 몇년동안 와이번스는 외부영입보다는 내부 전력유출이 더 일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초반 역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경기 내용도 이기는 와이번스의 야구, 그 전형적인 방식이다.

 

강한 조직이란 이런 거다. 아니 강한 조직이 아니더라도 모든 조직은 이런 모습을 지향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의 삶과 직결된 일을 하는 정치에 대해선 늘상 영웅을 바라는 것일까. 알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영웅이라고 말하는 이들 역시 그들을 영웅처럼 떠받들어 주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겨우 영웅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문제는 영웅에 대한 갈구는 늘상 나중에 그 빈 자리를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항상 다른 영웅을 갖다 놓아야 한다는 노고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는 말한 것처럼 영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지 '영웅의 존재를 믿는 우리들'이 있을 뿐이다. 만약 우리가 계속해서 영웅을 믿는다면 늘 영웅의 빈 자리를 어떻게든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영웅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인물을 영웅의 자리에 앉혀놓고 그를 영웅이라 굳게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영웅이라 믿는 인물의 허물에 대해서 또 눈을 감게 된다. 왜 그는 아무런 흠결도 없는 영웅이어야 하니까. 영웅이랍시고 모셔놓고 그 뒤치닥거리를 하며 행복해 하는 바보짓을 하게 된다는 거다. 

 

지나친 가부장제의 영향일까? 아니면 영화를 너무 본 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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