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폭력없고 왕따없고 담배피는 넘없는 게 학교일까?"
그렇다고 내가 왕따를 찬성한다거나 혹은 왕따를 당한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왕따나 흡연이나 폭력이란 것이 수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란 사실에 대해선 나 역시도 공감하는 바다.
단지 현실은 늘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그렇다고 또 역시 어차피 없애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없어지지도 않을 일인데 그냥 인정하자는 주장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사실 그렇게 말하면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들은 모두 다 부질없는 짓이다. 살면 뭐하나? 언젠가 죽을 것인데. 먹으면 뭐하나? 조금만 지나면 또 배고플텐데 말이다.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뻔히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을 알면서도 노력하며 살아가는 거다. 그게 현실인 거다.
오늘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어진 개신교 광신도 집단의 이야기를 보다가 느낀 것이다. 그들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자기 학교에선 그런 일, 그러니까 폭력이나 왕따, 흡연같은 일이 없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느낀 것이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인 것은 맞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이란 거다. 늘 그렇지만 인간의 광신, 맹신, 망상은 비현실적인 것을 현실에서 이루고자 할때 만들어진다는 거다.
2,
"1학년일때 선생님 앞에서 대놓고 담배피우던 넘이 2학년이 되면 선생님이 나타나면 담배를 감춰요. 그리고 3학년이 되면 선생님 앞에선 담배를 끄죠. 그게 변화에요. 그걸 바라는 거죠."
ebs의 다큐멘터리 '학교의 고백'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의 한 꼭지에서 부천에 있는 어느 야간 실업고를 다룬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학교의 선생님이란 분이 그 프로그램 말미에 한 말이다. 세상이란 게 그런 거다. 변화? 그렇게 미약하게 이루어지는 거다.
어느 순간 어떤 사람 하나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세상이 확 달라지는 것 아니고 하늘에서 구세주가 구름타고 등장하는 것 아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변화란 늘 그렇게 작고 미약하다. 그러나 그것이 인류의 역사를 밀고 온 힘이다.
3.
같은 프로그램 마지막 방송 꼭지에서 학생들과의 대화가 방영된 적이 있다. 그 꼭지에서 학생들이 이런 말을 한다. '어른 들이랑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해본 게 처음'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꼭지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아이들은 대화를 하고 싶어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 아이들은 어른들을 자신보다 나은 어떤 존재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다들 알지 않는가? 어른? 그거 별 거 아니다. 어쩌다보니 단지 너희들보다 먼저 태어난 것일 뿐이다. 지금 너희들이 고민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것들은 어른들도 다 힘들게 생각했던 것이고 단지 어쩌다 보니 너희들보다 먼저 태어나서 먼저 겪은 것 뿐이라고. 어른들이라고 너희들보다 별로 크게 나은 것 없다고 말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별 것도 아닌 나이많은 걸로 아이들앞에서 허세부리지 말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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