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ki

설국열차가 불편했다는 사람들.

The Skeptic 2013. 8. 18. 02:23

무언가를 접하면서 불편하다는 감정을 갖게 되는 건 흔한 일이다. 중요한 건 '왜 불편한가?'이다. 김구라와 강용석이 설국열차를 보고 불편했다고 한다. 강용석이야 당연히 불편했을 것이다. 그는 세상이 그런 식으로 확연하게 계급적으로 분리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하는 유형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웃기는 건 그렇다고 해서 그런 현실을 완벽하게 부정하며 사는가 하면 그러지도 못 한다. 왜?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눈만 뜨고 있고 귀만 열려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늘상 타인의 질문에 이유를 대는 존재지만 특히 부정할 수 없는 것을 부정하려는 인간에겐 이유가 더욱 중요하다. 강용석은 우습게도 그 시각이 좌파의 것이기 때문이란 이유를 댄다. 좌파건 우파건 상관없이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것 따위는 관심없다. 오로지 좌파냐 아니냐만이 그의 기준점이다. 남한에서 자칭 우파요 보수임을 자처한다는 이들이 실상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마녀사냥에 놀아나는 극우파인 이유다. 


반면 김구라가 불편해 하는 이유는 아주 우습다. 그가 말하기를 '영화에 메시지를 담으려고 해서 불편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말 한마디를 해도 거기엔 의도가 있고 메시지가 있게 마련이다. 하물며 관객들을 몇 시간동안 그 어두컴컴한 극장안에 가두어놓고 오로지 스크린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영화에 메시지가 안 담긴다는 건 아주 웃기는 짓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런 영화에 대해서 '졸작'이라는 평을 한다.(물론 흥행과는 큰 상관없다. 졸작도 흥행엔 성공할 수 있다)


단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이유로 영화가 불편한 사람이라면 애시당초 영화가 상영하기 전부터 넘쳐나는 정보들을 찾아보고 그런 영화들을 피하면 된다. 누군가의 영화 취향이 그렇다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할 말은 없다. 단지 당신의 영화 취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혹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정도의 수고로움은 감수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는가? 당신 자신에게나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 그것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해서나 말이다. 


물론 단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건 마치 여름방학 아동용 영화를 보러 아이들과 영화관을 함께 찾은 부모들이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것과 같으니까. 때문에 대체로 이런 류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부류는'네가 뭔데 날 가르치려드느냐'는 거다. 


감정적인 면에서 보자면 꽤나 그럴싸해보이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자주 말하지만 인간은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무언가를 배우며 살아가는 존재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는 지금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지 못할 것이며 신문사회란에 등장했을 것이다.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 하겠다는 건 다시 한번 이 문제가 감정적인 차원의 반응이라는 증거다. 그러니까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편한 게 아니라 그 메시지가 불편하다는 의미인 거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질문이 성립한다. '그 메시지가 왜 불편하냐?'


설국열차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한 이런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메시지의 존재'자체를 문제시하는 건 솔직히 너무 수준이 낮은 시비질이다. 그래서 최소한 그 수준은 넘기라는 의미에서 해보는 말이다. 중요한 건 메시지가 아니라 '그 메시지가 왜 불편하냐'는 것이다. 



P.S.

사실 가장 무서운 질문은 '설국열차의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것일 게다. 여러모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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