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코미디 영화에 대한 글을 써올리고 나면 조금 찝찝한 느낌들이 남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 '왜 그런 기분이 드는가'에 대한 원인 중 두 가지를 찾아냈다. 그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1.
기본적으로 난 웃음이란 감정코드가 매우 지역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맞다고 본다. 그런데 다른 코미디 영화들을 보고난 감상문에선 그런 부분을 부정하는 것처럼 기술한 경우가 있다.
그런 오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내가 '이야기의 개연성'과 '웃음 코드의 지역성'을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서 사용하는 탓에 발생한 결과였다. 코미디 영화에서 이야기의 개연성은 사실 그렇게 크게 중요치 않다. 기승전결이나 인과율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도 괜찮고, 심지어 그런 정형화된 형식들을 뒤집거나 비틀어서 웃음의 소재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코미디란 장르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니 그것을 부정하면 코미디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고 난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웃음 코드의 지역성'이란 부분이 개입하면 분면 코미디 영화지만 코미디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 역시도 이런 경우 무의식적으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영화가 코미디 영화라는 걸 망각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앞서 언급한 코미디 장르의 특징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적으로 나의 오류인 셈이다.
2.
두번째 이유는 다분히 '태도'와 관련된 문제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의 차이와 관련된 문제기도 하다. 대체로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경향을 보일 테지만 나 역시도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거다.
어린 시절, 사람들은 이성을 바라볼 때 대체로 이런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저 남자/여자는 다 좋은 데 저게 좀 문제야.' 반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저 남자/여자는 다른 것들은 조금 별론데 저거 하나는 정말 최고야.' 즉 타인에 평가하고 대하는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 지는 것이다. 이건 지나치지 않다는 전제하에서(주1) 매우 큰 장점이다. 나이든 이들의 지혜란 항목의 전부가 이거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큰 몫은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그 기준에서 볼때 어린 시절이 난 영화를 보면서도 분면 지나치게 냉정했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기준까지 들이밀어가며 영화를 평가하려고 들었다. 반면 지금의 난 영화가 어지간한 수준만 지켜준다면(물론 여전히 이 '어지간한 수준'도 그다지 명확한 편은 아니다) 그다지 크게 트집을 잡지 않으려고 드는 축이다. 그러니까 영화를 바라보는 '태도'가 변한 것이다.
주1)
'타인에 대한 평가가 부드러워지는 것'이 지나치면 그냥 분별력 상실이 되고 만다. 이건 지나치게 깐깐한 것만큼이나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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