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나온 대책이다. 일종의 가계경제에 대한 금융조정, 부채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몇 해전에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며 발생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등장한 사례가 있다. 즉 단기적으론 부채를 상환할 능력은 안 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상환이 가능한 능력이나 여건인 사람들에게 상환 방식과 방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줌으로서 가계 경제를 안정시키고 급박한 금융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
반면 이 대책이 갖고 있는 한계 역시 명확하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구제가 필요한 이들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즉 부채조정을 해주더라고 사실상 상환능력이 없는 진짜로 가난한 이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안심전화대출 역시 그런 맹점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책은 잘못된 것일까? 그렇진 않다.
이런 대책을 통해서도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이들은 사실상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기 힘든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안심전환대출을 적용해주더라도 상환능력이 없으므로 부채조정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그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런 대책의 대상은 경제적으로 중상위권에 속한 이들을 그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단지 그 적용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면 국가의 지원이 중상위층에게 쏠리는 폐단을 낳을 수도 있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어떤 대책을 적용해도 사실상 상환능력이 없는 계층에게 돌아갈 수 있는 지원이 부족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이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지적은 그다지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현 집권세력은 그런 류의 지원을 할 생각이나 의지조차 없다. 경남에서 완장질하며 애들 밥그릇 빼앗으며 '가난한 너희들 책임'이라고 떠드는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과적으로 현 상황에서 등장하는 이런 류의 대책은 그야말로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이 되는 이들을 위한 것들인데 정작 진짜로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인 거다. '안심전환대출'이 취지는 좋은 대책이란 점에 동의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시급한 것인가에 대해선 사실 납득이 되질 않는다.
2.
두번째로 납득하기 힘든 것은 애시당초 이 문제가 발생한 원인때문이다.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가계 대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한 탓이고 다른 하나는 가계의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지금 우리에겐 그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결국 가계부채 증가 문제는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야만 실질적인 해결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그런 대책은 나오는 게 없다. 그저 증가한 빚을 안정적으로 갚으라는 미봉책이나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단기적인 면에서 빚은 그대로인데 자산(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그런 탓에 많은 이들이 그런 상황을 꺼리기는 한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가격이 하향 안정화, 즉 폭락이나 지속적인 하락이 아니라 일정 수준으로 낮아진 이후에 그 수준을 유지한다면 사실 큰 문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보는데 이 역시도 사소한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은 사실상 인위적인 개입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난 그런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난 그런 인위적 개입은 경제활동의 정상적인 일부라고 보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경제 논리에 의한 질서는 급격한 변화를 그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개입은 그런 급격한 변화를 최소화시키고 안정화시키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런 개입은 정치적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고전 자본주의 경제학자들도 이런 점을 부정하진 못 할 거다. 부인할 수 있는 이들은 사실상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그런 정상적인 개입을 부정하는 신자유주의자들 밖에 없다. 누차 강조하지만 그런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사실 국가가 금리에 대해서 개입해선 안 되며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 심지어 법정관리 같은 것도 해줄 필요가 없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들은 정치적인 힘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얻으려는 사기꾼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원은 방치한 채 불리한 것들만 정치적 개입이라며 부정할 뿐이다.
문제는 남한 사람들중 상당수가 이런 논리에 대해서 수긍을 한다는 점일 게다.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아무튼 문제는 이 선택이 정치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산다. 물론 파란 지붕 집에 60,70년대에서 지적 성장을 멈춰버린 인간이 들어앉아 있는 덕에 민주주의 국가라는 게 무색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수준낮은 것을이 하는 걸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의 견해를 존중해야할 필요가 있는데 당장 눈앞에서 손해가 나는 그런 일에 찬성해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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