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으면 혹은 복잡하면 '곤란해진다'는 건 아무래도 진실인 것 같다. 우리 나라 면세자의 비율이 많다는 글을 읽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 면세자들은 얼마나 받는 걸까?"
그 사람들의 수입이 삶을 영위하기에 빠듯한 수준이라면 세금을 면제받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면세자의 비율을 줄여도 괜찮을 것이니까. 그래서 그 글을 올린 이에게서 자료가 있는 곳을 추천받아서 들여다 봤다.
그런데 외려 문제가 더 복잡해져 버렸다. 대충 약 월 3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 경우 사실상 면세라고 한다. 내 기준에서 보자면 월 300만원이면 세금을 안 내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에 대입해보면 세금을 안 받는 것이 정상이라고 본다.
그런데 또 어딘가를 들여다 보니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세금을 내는 나라들이 있단다. 그렇다면 그 나라들과 비교해서 더 내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까? 그게 또 그렇지만도 않다.
만약 비교의 대상인 두 나라의 정치사회경제적 구조가 다르다면? 이를 테면 한 나라는 복지, 사회적 안전망이 잘 되어 있어서 교육과 의료가 사실상 무료인 반면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비슷한 돈을 버는데 한 나라는 공적인 건강보험이 있고 다른 나라는 없다면 그 두 나라의 국민들에게서 동일한 세금을 걷는 것이 타당할까? 그럴 수는 없다. 공적건강보험이 있다면 세금을 더 내야할 것이고 더 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인 나라의 경우라면 국민들이 착취라고 여길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세금의 용도가 단순히 복지나 사회 안전망의 구축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경선이 존재하지만 그 국경선이 실상 적대관계를 표명하는 것이 아닌 나라들과 우리처럼 국경선이 곧 적대적인 관계임을 나타내는 나라는 세금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자체가 다를 것이다.
그런 차이는 같은 세금을 내고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혜택이란 면에서 심각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세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라면 부정부패로 인해 '눈먼 돈'으로 치부되는 세금구멍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남한의 자칭 우파들이 연금문제로 나라 경제가 파탄난 것처럼 떠드는 그리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부정부패였고 그로부터 파생된 지하경제의 구모가 엄청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그 문제를 분식회계(...)해버리며 문제를 덮어버린 탓이다.
우리 역시 현재 각종 군납비리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있다. 결국 한 사회의 부정부패의 정도 차이가 세금의 효율적 사용 혹은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의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역시 세금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떠오르지 않을 뿐이지 이와 관련된 사회정치적 문제들은 더 많을 것이다. 문제라면 그런 요소들과 세금을 연결시켜 연구한 자료들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아무튼 그렇고 언젠가 내가 사람들에게 한 말중에 이런 게 있다. '과잉진료를 해서 돈을 더 벌려는 의사는 있어도 사람을 죽이려는 의사는 없다' 극히 예외적인 일부, 즉 너무 어이가 없는 일이라서 해외토픽에 올라올 정도의 사례가 아니라면 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범주에 속할 거라고 본다.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을 도우며 착하게 살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경우로 들어가면 그 취지에 반하는 말이나 행동을 취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눈앞에서 벌어지는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런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가'란 지점이다.
이미 앞 부분에서 쓸데없이 장황하게 써놓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인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인식은 그가 속한 물질적 조건속에서 형성되는 법이다. 설령 그의 언행이 밑도 끝도 없는 투정이나 반감처럼 들리더라도 그 언행엔 분명한 물질적 조건이 존재한다. - 경제가 정치와 떨어질 수 없는 이유고 자유주의자임을 자처하지만 실상 현실을 부정하는 이들의 착각과는 달리 국가가 여전히 개인과 집단, 개인 대 개인을 묶는 중요한 매개체인 이유다.
그럼에도 세금 문제나 연금 문제를 바라볼때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람들은 왜 세금이 과도하다고 말하는 걸까? 진짜로 현실에 비해 세금이 과해서일 수도 있지만 안 그럴 수도 있다. 이미 언급했지만 사람은 어느 정도 과장을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냥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련의 통계들이나 수치만으로 그들의 발언이 틀렸다거나 혹은 맞다고 판단을 내리기도 힘들다. 난 설령 사람들이 자신들의 불행을 과도하게 과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장이 얼토당토않은 것이라고 보진 않기 때문이다. - 마치 서구의 복지국가의 사례를 들면서 남한 사람들의 인식부족과 인간성 부족(...)을 지탄하는 것 잘못이란 말이다. 중요한 건 '왜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물론 난 나름대로 답안이라는 게 있다. 단지 소소한 문제라면 그걸 증명할 자료같은 게 없거나 혹은 있는데 내가 아직 모른다는 점정도. 그래도 이번에 새삼 다시 한번 알게된 것을 기록하자면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려는 시도는 어처구니없는 짓이며 그런 시도의 결말은 윗동네와 같은 철권통치일 거라는 점이다. 이게 옳은데 국민들이 무식해서 혹은 원래 돼먹지 못한 인간들이라서 반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도달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은 결국 윗동네와 같은 구조를 만드는 것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