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방송을 보지 않았지만 어느 방송에서 모유 수유에 대해서 다루면서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모유를 수유하는 행위는 아이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임신부터 출산 모유수유 시기까지 철저하게 몸관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방송에선 그렇게 수유하는 모유에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들어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한다. 그 덕에 모유수유에 강한 애착을 보였던 많은 엄마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내용은 이미 책으로도 나와 있다고 한다. 사실 방송이 스스로 알아서 그런 것을 취재했을리는 없다고 본다. 이미 존재하는 어떤 것을 재가공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불행히도 난 그 책을 보지 않아서 그 책과 방송의 내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접할 수 있는 방송에 대한 소식만 놓고 보면 일단 해당 방송의 내용이 잘못 되었다고 본다. 아이에게 해로운 물질이 모유에서 검출된다는 사실은 엄마의 몸에 이미 그런 성분이 있다는 건 전제한다. 그렇다면 임신초기부터 출산까지 근 10개월에 가까운 기간을 엄마의 몸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태아의 경우 이미 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 10개월간의 영향과 길어봐야 고작 몇 달에 불과할 모유슈유 기간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까.
누가 봐도 임신부터 출산으로 이어지는 기간일 거다. 그 기간을 무사히 넘기고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없는 아이로 세상에 나왔다는 것은 비록 유해한 물질로 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할 순 없지만 그것이 아이의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끼친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한 판단일 것이다. 그런데 고작 몇 달에 걸친 모유수유 행위로부터 유입된 유해물질이 아이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봐야 할까. 극히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아이의 건강 문제때문에 임신부터 출산 기간동안 유해한 모든 것으로부터 조심하는 엄마들의 노심초사가 고작 그런 근거부족한 사례때문에 충격을 받는 것은 결코 온당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방송은 그런 내용을 내보낸 걸까. 누가 봐도 답은 간단하다. 화제성과 자극성이다. 이런 거다. 만약 동네 분식집에서 파는 떡뽂이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면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유에서 검출되었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달라질 것이다. 이런 상반된 반응은 전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떡뽁이는 만인이 즐겨먹지만 예전엔 불량식품의 원조로 낙인이 찍혀있기도 하고 그 자체로도 그다지 건강에 유용한 음식은 아니다. 반면 우유에 대한 이미지는 건강, 그 자체다. 이런 상반된 이미지때문에 같은 대장균이 검출되었다고 해도 사뭇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모유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보도 역시 그런 점에서 부정적인 면이 과잉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자극적이며 화제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건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 위해 흔하고 이용되는 방식이다. 그 의도가 선할수도 악할 수도 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산업발전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공해와 유해물질은 모두 인간의 행위로부터 도출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있는 인간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심각한 환경 문제인 거다. 그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런 방식을 동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난 그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모유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주는 충격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가 아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언급되었어야 한다. 그런 걸 언급한다고 해서 문제의 심각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방심을 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 벌어진 연예계 스캔들 중 이태임과 예원의 경우도 그런 사례다. 한 연예전문 매체의 보도로 촉발된 이 사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바로 예원과 소속사가 일부만 드러난 사실, 그것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드러난 사실만을 강조하며 피해자로 행세를 했다는 점이다. 즉 사실중 일부를 감춤으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지위를 차지한 것이다. 사실을 과장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사실중 일부를 감춤으로서 의도를 조작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거고 모유수유에 대한 보도 역시 사실중 일부를 감춤으로서 의도를 왜곡시키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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