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국기에 대한 경례

The Skeptic 2006. 8. 5. 19:05

부천의 모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수업시간에 전체주의양심적 병역거부 등을 이야기 하면서 '나 개인적으로는 국기에 대해 경례는 하지 않고 있으며 군대도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라'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또 이랬단다.

 

"이 교사의 소속 학교 학부모 140여명은 지난 6월초 "이 교사가 대입 시험을 앞둔 고 3 학생들에게 학과와 관련없는 내용의 수업을 하는 것은 물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마라,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는 군대에 갈 필요 없다' 고 말하는 등 지나치게 편향된 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도 교육청에 중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정직 3개월이란 중징계를 맞았단다.

 

나는 이 자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가 과거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충성선언문을 우리의 다까끼 마사오가 번안하셨다는 쪽팔린 역사를 굳이 들춰내고 싶지도 않고, 일본의 기미가요와 국기에 대한 경례에는 히스테릭컬한 반응을 보이는 우리네 꼰대들이 우리의 제국주의적 성향에 대해선 찬양해 마지 않는 이율배반적이고 상호모순되는 행동에 대해서 '엿이나 먹으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살면서 내가 알아낸 몇 가지 진실들중의 하나가 바로 광신도들과 파시스트들하곤 대화라는 걸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생각하고 회의하고 의심함으로서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아주 간단하고 편리하게 생략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동네 길 잃은 개색희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봐라. 중요한 것은 <대입 시험을 앞둔 고 3 학생들에게 학과와 관련없는 내용의 수업을 하는 것> 이것 아니었나? 국기에 대한 맹세는 그냥 핑계거리 아니던가? 이 쪽이 그나마 좀 나아 보인지만 어차피 그래봐야 왼 쪽 궁뎅이나 오른 쪽 방댕이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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