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작전통제권 환수

The Skeptic 2006. 8. 8. 20:15

때아닌 안보논란이 한창이다. 굳이 따지자면 북한이 미사일을 폭죽처럼 쏘아올린 다음에 나온 작전통제권 환수 발표라 그런지도 모른다. '오비이락'이라고 정부에선 말한다.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그에 대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반응이다. 작통권을 환수받은 우리 군이 과연 미군이 행사하던 시절만큼 적절히 잘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우려하는 탓이다. 이 우려에 불을 지핀 것이 이른바 '국가 원로'라는 사람들이 안보에 대한 우려를 표한 때문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장도 자주 벌렁거리게 된다. 때문에 나이가 들어갈 수록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왔던 세상의 질서가 다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 세상의 질서란 것이 흔히 말하는 '정의'나 '진실'따위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는 이들에겐 오히려 차후의 문제다. 자신에게 익숙했던 그 모든 것은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이며 익숙하지 못한 모든 것은 그것이 정의롭거나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악한 것이고 그른 것이 된다. 때문에 이런 류의 판단기준, 즉 '정의', '진실'을 판단기준으로 삼지 않은 이른바 원로라는 사람들의 판단에 대해선 난 시큰둥하다.

 

그렇다면 '작통권 환수'의 문제는 어떨까? 이 단어에 주목해 보자. <환수> 과연 그럴까? 난 다르게 판단한다. 미국이 말하길 대한민국 여기저기에 마치 얼룩처럼 산재해 있던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집결하고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것이라 했다. 즉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방위 전략이 바뀌었단 말이다. '주요 지역 주둔형'에서 '미니멀 거점형'으로 변한다는 말이다. 이전처럼 주둔국의 반대라는 부담을 안고 있기보다는 몇몇 거점에 주둔하다가 유사시에 '기동타격'을 감행하겠다는 말이다.

 

이러한 미국의 세계방위 전략 변화에서 대한민국의 극우파들이나 꼴보수들의 입장에선 매우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은 탈락했고 일본이 동아시아의 파트너로 간택되었다. (고이즈미의 친미행각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친미적이며 미국의 제국주의 전략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동아시아 국가는 일본이니 당연한 결과다) 미국으로선 동아시아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되어도 일본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대한민국 군대의 작통권을 가지고 있어야할 필요성이 없다. 소수의 군대만 주둔시키면서 정보부대로서 운영하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작통권은 <환수>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 던져준 것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고로 안보에 대해 걱정한다면서 미군 감축 반대와 안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것은 그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판단미스다. 우리가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어 잡고 애걸복걸하지 않는 이상 원상복귀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우리 나라만큼 미국 군대의 주둔에 대해 황송하리만치 대접했던 국가도 드물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킬 필요를 못 느꼈던 셈이다.

 

고로 이제 작통권을 비롯한 자주안보의 문제는 우리의 선택이 불가능한 사안으로, 어떻게든 우리 스스로 안고 가야할 문제로 던져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의 원로라는 양반들이 밑도 끝도 없이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떠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미국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봐야 버스 떠나간 뒤에 손흔드는 격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 원로라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상황판단조차 안 되는 인간들인 것이다. 만약에 우리의 안보가 불안하다면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나라의 원로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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