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 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이익공유제'에 대한 이건희의 반응이다. 그리고 뒤이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언급하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개인적으로 그의 발언 중 뒷 부분에 대해서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없다. 애시당초 그에게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심지어 자본주의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이 있을 것이란 기대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가 경영하는 삼성의 그간의 행보를 보면 단순하게 파악되는 일이다. 고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때 기업, 그것도 주식회사인 경우엔 다수의 주주들이 지배하는 회사다. 즉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의 의사에 의해 경영되는 회사인데 실제로 삼성이 그렇게 굴러온 적이 있는가? 단언컨데 없다. 단지 그는 편법적인 주식보유를 통해 삼성이란 기업을 사실상 상속이 가능한 개인 소유 회사로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법적인 문제는 없을지 모르나 그가 말한 고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회장이었던 그린스펀이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 공황당시를 언급하며 '기업들이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삼성은 그동안 계속 그런 일을 해왔다. 문제는 대한민국에선 고전 경제학자라는 사람들부터 일반인들까지 그런 일에 대해서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제는 많은 부분에서 현실과 괴리된 것이 많다고 지적받는 고전경제학이지만 대한민국에선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는 의미다. 심지어 어떤 경제학자들은 '한국식 자본주의'라는 진짜로 '들어보지도 못 했고 이해도 안 가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켜가며 그것을 옹호하기에 바쁠 뿐이다.
난 이건희가 어려서부터 무슨 경제학을 공부했는지 모른다. 단지 이번에 그가 자기 입으로 '공부했다'고 하니 그런 줄 알 뿐이다. 문제는 비록 날라리 대학생이었지만 나름 상경계열 대학을 다닌 나조차도 이번 그의 발언과 그간의 삼성의 경영방식을 보건데 도대체 그가 배웠다는 경제학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더욱 이상한 점은 그간의 삼성의 경영행태를 보자면 경제학적인 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한 부분들보다는 오히려 정치나 사회같은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 더 많다는 점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말하면서 노조는 인정치 않는다든지 편법적인 기업 상속, 옴니아 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 무시, 중소기업에 대한 착취같은 것들은 지배/피지배의 관계로 설명이 가능하며 이는 경제학의 영역이라고 보긴 함들다. 그런 그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언급하며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과정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여러 가지지지만 결과는 하나다. 이건희는 '초과이익 공유제'가 싫은 거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이해가 불가능한 게 아니라 이해를 해주는 것 자체가 싫은 거다. 즉 '가능/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 '좋다/싫다'의 영역에서 발언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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