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의 입을 빈 비현실적인 대책 어느 언론 매체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라는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 기사였다. 사실 글을 써보려고 기사를 다시 찾아 봤는데 도저히 못 찾겠고 내용도 정확히 기억나질 않는다. 따라서 어쩌면 이 글은 그 기사의 팩트와는 거리가 있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기사에서 인터뷰를 한 경제학자는 미국의 금융위기를 예고한 사람이란다. 그런데 사실 조금 의아한 것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실체라는 건 사실 90년대 중반 걸프전을 일으킨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이었던 시절 무분별한 재정확대 정책을 통해 벌어진 이른바 '닷컴 버블'사건 당시부터 누누이 지적되어온 바였다. 그리고 그 버블이 가라앉으며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가자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품을 불러 일으키기에 이르렀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또 다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즉 미국의 금융위기라는 건 적어도 90년대 중반부터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 뿐이다. 심지어 이런 현상에 대한 문제제기와 우려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었다. 즉 약한 수준의 인플레를 통한 경제호황의 인위적 유도와 그 착시현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였다. 심지어 2차 세계대전 직전의 독일에선 이런 경제정책을 통해 나찌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기도 했었다. 이런 정책의 초기엔 통화량의 증가가 경제가 호황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그러나 이내 약간의 시차를 두고 뒤따라 오는 물가상승은 늘어난 소득분을 거의 상쇄시켜 버린다. 게다가 자본주의 국가의 태생적인 한계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늘어난 통화량, 높아진 물가와 만나게 되면 최종적으로 빈자에겐 아무런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는 경제적으로 고착화된 계급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는 그 기사에 나온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바이고 심지어 큰 틀에서 보자면 마르크스 할배나 아담 스미스 할배가 말했던 내용과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 경제학자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회의 균등한 분배'를 주장한다. 그리고 내가 문제점을 느낀 부분도 이 지점이다. 이 경제학자의 주장을 우리 식으로 보자면 '학력 향상을 위한 일제고사의 부활', '교원에 대한 평가와 인센티브제의 도입', '엄격하고 보수적인 초등 교육'같은 것들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내용들이 대한민국의 극우 파시스트들이 주장하는 교육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관절 이 경제학자는 왜 그런 주장을 한 것일까?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이런 제도들을 도입할 것을 주장한 대상이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미국의 공공교육이란 건 사실상 붕괴상태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이유는 미국이란 나라가 사실상 극단적인 엘리트주의에서 비롯된 교육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선택받은 이들이 절대다수의 아둔한 이들을 이끈다는 가치관에서 출발한 미국의 교육관은 그저 뛰어난 이들이 까라면 까라는 대로 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절대 다수의 아둔한 이들을 위한 교육따위엔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고 실제로 공교육은 붕괴되었다. 때문에 미국이란 구체적인 한계와 대상이란 한도내에선 그 경제학자의 주장은 어떤 면에선 아주 근본적인 대책일 수 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교육학적 견제에서 볼때 상당한 수준의 논란이 예상되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 경제학자가 주장한 내용이 대한민국의 현실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해가 되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은 교육의 빈곤을 걱정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라 교육의 과잉과 비효율성, 경직성을 걱정해야 하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매체는 아주 단순하게 인터뷰의 내용을 인용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렇다고 그 매체가 미국의 언론이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런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했던 걸까?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그 매체가 의도적인 정치적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의 현실에 부합하는가는 안중에도 없이 그저 세계적인 경제석학이란 사람의 권위에 기대어 교육과 관련된 자신들의 보수적이고 극단적인 가치관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언론 플레이말이다.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찾아보겠지만 어떤 매체인지 정말 수준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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