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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감정 전이

The Skeptic 2011. 6. 21. 03:45

심장, 감정 전이

 

SBS에서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심장을 제공한 이의 기억을 전이받는다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는데 이게 꽤 이슈가 되나 보다. 그런데 사실 이건 꽤 오래전 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지도 족히 10년은 넘는 것 같다. 게다가 작품의 소재를 찾는 것에 혈안이 된 예술가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증상이기도 하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KBS에서 기획한 4계절 드라마의 여름편, 2003년에 제작 방영된 '여름향기'다.

 

송승헌과 손예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고 KBS의 4계절 시리즈답게 여름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가 바로 심장 이식으로 인한 기억의 전이였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손예진이 심장을 이식받았는데 원래 그 심장은 송승헌을 사랑하던 여자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심장이식으로 인한 기억의 전이 현상때문에 송승헌을 처음 만나는 그 순간부터 손예진에게 이식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소재에 목말라 하는 작가들에겐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란 의미다. 그런데 난 왜 이걸 이토록 잘 기억하는 걸까? 그 드라마를 좋아해서? 아니다. 우연찮게도 나 역시 그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같은 소재를 가지고 초고수준의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여름향기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고 그 우연덕에 정말 심취해서 보았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정말 재미있었다는 건 아니다. 도입 부분은 늘 그렇듯 재미있었지만 중간 부분은 그럭저럭이었다. 다만 이런 류의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마지막 장면의 기분좋은 반전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는 건 정말 특기할만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심장은 기억을 하는 걸까?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진 부분은 없지만 글을 쓸 당시 이리저리 수집한 정보에 대한 기억들을 되짚어 보자면 기억을 하는 건 아니다. 말하자면 논리적인 수준의 기억같은 것이 아니라 감정과 관련된 것들, 이를테면 취향같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걸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선 인간의 감정 상태의 변화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관이란 점, 그리고 감정이란 인간마다 각각의 고유한 특성이 있기에 그런 특성들이 합쳐져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가 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추론중의 하나다. 물론 아직 검증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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