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Media

동정심 욕하지 말라는 거지.

The Skeptic 2013. 6. 2. 02:37

자주는 아니고 본방을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지만 간혹 드라마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드라마라도 나오면 나중에라도 꼭 전편을 다시 보는 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또 많은 드라마들이 내 주관적인 실망의 탄환을 맞고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대사중에 이런 게 있다. 


"동정하지마!"


주로 로맨틱 코미디, 그것도 주로 캔디 스토리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다. 그러니까 비록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긍정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들, 그러니까 현실에선 개천에서 용나는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드라마에선 매번 등장하는 흔하디 흔한 캐릭터가 역시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재벌 집 아드님을 만나서 알콩달콩 사랑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의 초입 무렵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 대사의 용도는 대체로 두 가지다. 비록 불우한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 모든 난관을 이긴 것으로 설정된 캐릭터가 실은 속내까지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주는 용도거나 혹은 재벌집 출신인 탓에 주변에서 지나친 떠받듬을 받고 자라서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이란 것을 고려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 아드님의 개과천선을 알리는 나팔소리거나. 어쨌거나 자주 등장하는 대사지만 그 때마다 상당히 강렬한 의미를 담고 있는 대사다. 


그런데 난 이 대사에 대해서 꽤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 '동정심이 뭐가 문젠데?' 뭐 드라마의 전개상 신분상의 차이를 뛰어넘는 세기의 사랑을 하시겠다면 이건 매우 중요한 대사다. 사랑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 관계란 지나친 쏠림 현상이 벌어져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일방으로 치우친 사랑이 오래가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런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균형이 맞고 또 그렇게 되어야 오래가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동정심은 나쁠 게 별로 없다. 간혹 선한 의도의 동정심이 사람들에 안 좋게 받아 들여지는 경우가 있다는 건 안다. 그러나 그건 동정심이나 배려심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건 내 선한 의도인 동정심과 배려심을 제대로 전달할만한 방법을 모른다는 의미고 이건 그냥 '무지'와 관련된 일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누구를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그/그녀를 완벽하게 배려할 줄 안다는 게 아니란 말이다. 마음과 그 마음을 보여주는 방법의 적절함이란 건 별개의 문제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선한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무지 탓이지 내가 가진 동정심탓은 아니라는 거다. 상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동정심만큼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감정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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