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호크다운' 블랙호크는 미국산 군용 헬기의 이름이고 '블랙호크다운'은 그 헬기가 격추되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영화는 90년대 초반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했던 미군이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벌어졌던 소말리아 내전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서 요즘은 해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중이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해적들에게 피랍된 우리 나라 상선을 무력으로 제압한 사건도 있었다. 꽤 유명한 사건이었고 우리 나라 정부나 서방국가들이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실상은 조금 다르다.
소말리아에서 해적질은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의 일환일 뿐이다. 해적질에 어떤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오랜기간동안 내전에 시달린 소말리아의 경제는 완전히 파산상태이며 내전덕에 남아도는 게 무기다. 그래서 소말리아 사람들은 그 무기를 이용해서 비무장인 상선을 납치하고 몸값을 받는 것으로 돈을 번다. 중동의 수많은 자칭 이슬람 단체들중 상당수가 인질을 잡아서 돈벌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단지 중동에선 나름 내세울만한 명분이 있고 소말리아는 그런 게 없을 뿐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돈벌이로 해적질을 한다. 무기는 있지만 대부분이 정규 군사훈련같은 걸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과연 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정규군과 싸워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물론 해적질 자체가 위험부담을 안고 있지만 그들의 상대는 비무장인 상선이다. 그런 이들이 정규군을 상대한다는 건 제 아무리 해적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힘든 위험이다. 오죽하면 당시 인질로 잡혀온 해적들이 잘 사는 한국에 남고 싶다고 했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무기를 든 민간인이나 다를 바 없는 해적들이 살인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정규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물론 예전처럼 칼휘두르며 싸움박질하는 것이 아니고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을 전제하는 한 죽기로 마음먹고 싸우면 비록 상대가 정규군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쉽게 지진 않을 것이다. 이기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상대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앞서 설명했지만 이들이 해적질을 하는 이유는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일 뿐이다. 그런 일에 목숨까지 걸 필요는 전혀 없다. 목숨걸고 싸우는 것보다는 항복해서 목숨을 연명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다.
많은 이들이 이 부분에서 뭔가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목숨걸고 싸우는 것보다 항복하고 목숨을 연명하는 게 더 현명한 일이다. 그런데 이걸 거꾸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국가나 민족에 대한 충성심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도 그런 착각에 일조하며 국가나 민족의 이름을 앞세워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이들의 거짓부렁에 놀아는 경우도 많다.
이런 거짓부렁을 일삼는 이들이 자주 거론하는 것이 바로 '임전무퇴 정신'이고 그 사례들인데 미안하게도 그들이 입에 올리는 대부분의 임전무퇴 정신의 사례들은 선택지가 그것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만약 결사항전과 투항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부분 투항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차대전 태평양 전쟁 당시 벌어진 이른바 일본의 옥쇄작전, 심지어 민간인들마저 죽음으로 몰아간 옥쇄작전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지만 태평양 전쟁은 일본군이 초기에 하와이를 폭격했을 당시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은 미군의 압도적인 우세로 전개된 전쟁이다. 얼마나 압도적이었는가 하면 초기이후 태평양에서 일본의 모든 주요군함이나 함단은 모두 미군의 감시하에 모든 동태를 파악당할 정도였고 이른바 옥쇄작전이 벌어지기 전엔 사실상 일본의 해군은 궤멸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엉뚱한 양상을 불러왔다. 즉 일본군이 태평양의 점령지를 버리고 본토로 퇴각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 거다. 태평양의 점령지에서 군함을 타고 섬을 떠나면 미군의 잠수함이나 항공기에 의해 격침당해서 몰살당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다. 일본군에겐 결사항전이란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던 거고 그래서 결사항전을 펼친 거고 그 덕에 미군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웃기는 건 그 옥쇄작전을 선택하도록 만든 원인이 미군 자신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군은 일본군과 민간인들이 다들 이렇고 독종인 줄 알고 본토를 침공하는 대신 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한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원폭투하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는 맥아더다. 맥아더, 6.25 전쟁당시 중공군이 직접적인 개입을 하면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과 민주에 원폭을 투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전쟁광이자 그 전쟁의 성과를 배경으로 정치판에 관여하고자 했던 정치군인.
패거리와 깡패문화에 물들지 않았다면, 심지어 그 깡패들조차도 말로만 의미를 떠들지 실상은 모든 것이 돈에 좌우된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류의 거짓부렁에 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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