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시장경제의 한계.

The Skeptic 2015. 5. 27. 17:46

남한의 수많은 자칭 자유주의자들과 자본주의자들중 꽤 많은 이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시장경제도 따지고 보면 그저 '선택가능한 하나의 체제'에 불과하다. 물론 개인적으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경제체제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특정한 상황'이라면 어떤 체제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옳은가라는 문제의식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재정정책이 시장경제의 흐름에 동조되어야 한다는 자유주의자들과 자본주의자들의 주장에도 반대한다. 돈이 많이 풀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더 많은 돈을 풀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그런 식이다. 돈이 많이 풀렸음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건 결국 돈이 실물경제가 아닌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확률이 높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각종 확장적 재정정책을 고수한다는 건 자산 시장의 거품을 더욱 크게 만드는 행위다. 


물론 그 결과로 경제가 살아나준다면야 매우 좋겠지만 자산시장의 확장이 경제 상승을 이끈 사례는 불행히도 없다. 단지 자산 시장의 확장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좋았던 시절이 있었을 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리의 60~80년대로 이어지는 고도성장기다. 경제 성장이 워낙 가파르다 보니 자산시장의 거품같은 건 별 문제가 안 되었던 시기다. 주의할 점은 그 반대인 사례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시도를 한 경우들도 있지만 결과는 대부분 비극이었다. 


그렇다면 자산 시장의 거품마저 무력화시키는(...) 실물경제의 회복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미 수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그건 결국 소비로부터 비롯된다. 개인적으로 그런 식으로 굴러가는 경제체제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만 어쨋든 현실 경제체제는 그런 식으로 이미 구조화되어있다. 결국 소비증가가 경기 회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면 '균형재정'과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두 단어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란 사실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돈을 더 많이 걷어들이고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재정지출을 늘이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런 류의 미세조정에 대해서 잘 모른다. 


무언가를 제대로 아는 것과 대충 아는 것의 차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학문이 실생활과의 연동 차원에서 늘상 오류나 잘못을 범하더라도 학문은 여전히 그 위치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실생활에 유용하지 않다고 학문을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혹은 학문적인 깊이가 약하다고 해서 학문이 아니라고 매도하는 것이 모두 잘못인 이유다. 


반면 한 가지 유의할 것이 있다면 학문적인 깊이가 얕은 이야기 거리에 대해서 학문의 입장에서 비판을 가하는 것을 '꼰대질'이라고 매도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그 지적이 반학문적이거나 잘못된 이론에 근거한 것이라면 잘못이라고 주장해도 무방하나 그런 차원이 아니라면 그 지적은 어떤 의미로든 상당히 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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